고대 신화이야기를 맛깔스럽게 전해주는 오스트리아 작가 미하엘 쾰마이어(56)가 이번엔 성서 속의 인물을 주제로 세 권의 장편을 펴냈다. 전작 '그리스·로마신화'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오디세이아'에서 한계를 모르는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훌쩍 데리고 떠났던 그는 고대 신화와 중동지역에서 채집한 설화 자료를 바탕으로 '성서'를 문학적으로 멋들어지게 가공했다.
1권 '천지창조'는 신의 얼굴을 본떠 만든 아담과 세 명의 하와가 엮어내는 거침없는 러브스토리에서 형제들에게 버림받아 살다 이집트 재상이 된 요셉의 모험담이 펼쳐진다. 2권 '모세'는 고집불통 파라오와 신의 대결 속에서 이스라엘 민족을 약속의 땅으로 이끄는 모세의 요람에서 무덤까지가 주요내용. 3권 '인간의 아들, 예수'는 예수의 대속과 부활의 과정을 의심 많은 제자 도마의 시선으로 그려나간다.
물론 쾰마이어의 '성서이야기'는 픽션의 울타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대신 '신화'라는 픽션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가꾸어주고 있다. 신과 영웅을 친구로도 만들고,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다채로운 사건들을 방금 잡은 물고기처럼 생생하게 표현해내고 있다.
저자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긴박감을 주면서 아득한 성서 속 인물을 우리 곁에 바짝 끌어다 놓는다. 이들을 통해 신의 문제, 나아가 인간, 또는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철학적인 행간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거기에는 신화를 읽는 방법과 세상살이의 지혜를 온전히 담으려 하고 있다. 또한 성서에서는 볼 수 없는 등장인물의 심리묘사도 이 책을 읽는 재미다. 저자는 고리타분한 성서이야기로 나아가지 않는 대신 감칠맛 나는 옛이야기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하고 있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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