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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선거공약 얼마나 지켰나-시리즈 의의와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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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26일 매일신문의 '국회의원 선거공약 얼마나 지켰나' 보도는 갖가지 화제를 낳았다. 대구·경북 지역구 국회의원 27명 중 25명(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 2개월 전 당선된 유승민 의원은 제외)에 대한 총선 공약 이행 여부를 점검한 이번 보도는 드물게 시도된 국회의원 '중간평가'.

총선 공약에 대한 언론의 점검이 드물었던 탓에 의원들은 의정활동 '성적표' 공개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임기가 4년인데 1년6개월 만에 벌써 이렇게 평가하느냐"는 항의에서부터 "차라리 맞을 매라면 일찍 맞는게 낫다"는 반응까지 다양했다.

◆공약점검 의의와 반응=그동안 국회의원 공약은 '일단 해놓고 보자'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당선만 되고 나면 임기 4년 동안 공약이행 여부를 따지며 감시하는 기관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인지 공약에 대한 의원들 책임의식은 거의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번 시리즈를 하면서 점검해 보니 지난 총선 때 자신이 어떤 공약을 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심지어 "공약이 없었다"고 발뺌하다 총선 당시 자신이 제작 배포한 팸플릿에 덜미가 잡힌 의원도 있었다. 경북의 한 의원은 이번 공약점검 보도로 "그동안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의원이 됐다"며 해당 기자의 의원실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대다수 의원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무래로 공약 이행이 미진할 수밖에 없기 때문. 따라서 의원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부풀리고 이해를 구하기 위한 노력을 숨기지 않았다.

점검절차가 진행되자 많은 의원들이 지역구 시·군·구 자치단체와 함께 공약 이행여부를 점검했다. 일부 의원들은 보도자료 제공을 위해 보좌진 총동원령을 내렸다. 대구의 한 의원은 자신과 관련된 보도가 자칫 잘못 나올 수 있다며 이른 아침부터 보좌관과 공약 담당비서관을 급파(?)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공약 점검은 의원들에게는 약속 이행을 재다짐하는 기회가 됐고 지역민들에게는 의원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와 견제의 기회가 됐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그친 이유는?='뜬구름 잡는 공약'으로 국회의원 영역을 넘어선 공약을 내건 게 가장 큰 이유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청년실업 해소 5개년 계획 추진', '400만 신용불량자 해소 추진' 등의 공약이 그것이다. 국회의원 힘으로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

공약을 위한 공약도 많았다. 표를 의식해 실현 가능성 및 재원 마련 방안은 고민하지 않은 채 공약을 쏟아냈다. 경북의 한 초선 의원은 무려 51개의 공약을, 대구의 한 초선 의원은 40여 개의 공약을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아무것도 제시하지 못했다.

정체성이 불분명한 공약도 많았다.

민선단체장 공약과 국회의원 공약들은 서로 구별이 안됐다. 대표적인 게 '재래시장 활성화'. 대부분의 대구·경북 의원들이 이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정부와 기초자치단체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재래시장 활성화사업을 꾸준히 진행시켜왔고 특히 기초단체장의 역할이 중요한 사업이다. 그 밖에 노인복지 관련 공약에서도 기초단체가 나서야 될 일이 많았다.

◆정부정책과의 혼선도 공약 미실행 부추겨=공공기관 이전 및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로 인해 대구·경북 국회의원들 공약 상당수가 허사가 됐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 완화 방침은 구미·포항 등 대규모 산업단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혔다. 해당 지역 의원이 내건 핵심 공약인 유망기업 유치 및 대규모 공단 조성 등이 헛구호가 될 위기에 처한 것.

공공기관 이전도 마찬가지. 거의 대부분의 지역 의원들이 지난 총선에서 공공기관의 자기 지역구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거나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 곳을 지정하려는 정부정책 때문에 대구 동구, 경북 김천을 제외하고는 '공공기관 유치'는 공약(空約)이 돼 버렸다.

또 지역 간 경쟁을 통해 추진되는 사업도 정부가 최종 결정권을 갖게 돼 역시 지역의원들의 공약을 헛되게 했다. 경주의 태권도공원과 경마장 건설 등은 각각 다른 지역으로 넘어갔다. 지역 내 각종 연구기관·문화시설 설립도 우선순위에서 다른 지역에 밀린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 밖에도 정부의 신행정수도 건설 사업으로 동해 남부·중부선, 중부 내륙선, 대구선 복선전철화 사업 등에 예산 투입이 늦어지게 되는 등 정부 정책의 편중 현상도 지역 국회의원들의 공약 실현을 저해하는 요소로 지적됐다.

이상곤 박상전 이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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