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대통령 "임기내 성과 연연않을 것"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18일 신년연설에는 그특유의 솔직 담백한 표현이 곳곳에 담겨있어 눈길을 끌었다.

실제 노 대통령은 연설 준비작업에 참여한 참모들에게 일반 국민들이 어려운 경제문제를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날 오후 연설문 성안 직전까지 글귀 하나하나까지 자신이 직접 다듬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세심함 때문에 연설에는 당초 최종 원고에 없던 내용이 추가되거나 부동산투기 등 비슷한 문장이 겹치는 대목은 생략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TV 생방송 연설 시작에 앞서 다소 딱딱한 청중들의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이날 밤 축구 국가대표팀의 아랍에미리트연합전을 거론, "오늘 축구하죠. 집이 먼 사람은 가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놓칠 수도 있겠다"며 "(여러분을 보니) 연설이 잘되겠다"고 인사를 나누며 긴장을 풀기도 했다.

청중들로부터 힘찬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올라선 노 대통령은 연설동안 모두 10 차례의 박수를 받았고, 때로는 "감사하다"고 응대하기도 했다.

= "3년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 =

0...박수 속에 등단한 노 대통령은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새해 인사로 연설을 시작하면서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어려움이 많으셨지요? 지난 3년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다"며 미안함을 표시한뒤 "이 기간 전체가 제 임기 중이라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기 짝이 없다"고 자세를 낮췄다.

노 대통령은 또 "앞으로 5년 후, 10년 후 어떻게 될까, 혹시 중국에 밀리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우리도 그냥 손놓고 있지 않다. 우리 하기 나름 아니겠느냐"며 정부의 경제성장 노력을 설명했다. = "골프 인식도 좀 달라져야" =

0...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결책인 일자리 창출을 '역발상'의 관점에서 설명해시선을 모았다.

노 대통령은 "국민들이 해외에 나가서 돈을 쓰게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한다"며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서남해안개발사업 ▲부산영상도시 ▲광주문화중심도시 ▲농촌관광 활성화 등 서비스 레저산업 육성 의지를 밝혔다.

노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 서비스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골프와 같은 고급서비스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도 이젠 좀 달라져야 한다"며 국민정서상 민감한주제인 골프를 발상전환의 사례로 들었다.

특히 노 대통령은 이 대목에서 원고에 없던 내용을 추가, "사치나 소비라고 비난할 일만은 아니다"고 말하고 "이미 소비무대가 세계화됐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원덕(李源德) 사회정책수석은 기자들에게 "하나의 예시다. 각종 고급서비스를 우리가 육성, 외국인이 국내에서 돈을 쓰도록 함으로써 양질의 일자리를만들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10년 내 사교육비 굴레 벗어날 것" =

0...노 대통령은 연설 내내 미래위기 요인에 대한 우려와 걱정을 토로하면서도사교육비 문제에 대해서는 대학 특성화 추진을 전제로 장밋빛 낙관론을 피력해 대조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방과 후 학교' 등을 통해 사교육을 학교안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갈 것이고, 저소득층에 대한 교육비 지원을 강화해 가정형편 때문에 교육기회를 잃고 빈곤이 대물림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이렇게 해나가면 적어도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입시지옥에서 해방되고 부모님들도 10년 내에 사교육비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대청소 할 때는 어수선해" =

0...노 대통령은 지난해 '프리덤하우스'가 한국의 정치적 자유를 세계최고 수준으로 평가하고, '국경 없는 기자회'는 아시아 언론자유 평가에서 한국을 첫 번째로꼽은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정치권과 언론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대안 없는 주장과 비판으로 반드시 해결돼야 할 문제가그르칠 뻔한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니었고, 아직 해결이 지체되는 일도 적지 않다는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 구체적 사례로 "2004년 경제가 고비를 넘긴 단계에서 뜬금없이위기론을 들고 나와 국민을 불안케 했다"고 말하고는, 다시 애드리브를 보태 "지난해 내가 '경제위기가 아니다'고 말해 혼쭐이 났는데 생각해보면 기가 막히다"고 밝혔다.

이어 "8.31 부동산대책 마련 과정에서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부동산 정책이 마치 실패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정치권과 언론관계에서 "앞으로도 원칙대로 할 것"이라는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특히 언론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적당하게 타협하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언론과의 갈등 때문에 많은 어려움도 겪었다"고 회고하면서 "국가와 역사를위해 함께 협력하는 창조적 협력관계를 만들어갈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마치 대청소를 할 때처럼 어수선하고 혼란스럽게 느끼는 분들이계실 것이지만 이 시기만 잘 넘기면 우리 사회의 투명성이 몰라보게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좌파정부' 논란 사리에 안맞아" =

0...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초기부터 줄곧 제기돼온 '좌파정부' 논란에 대해서도 외국의 재정 구조와 비교하며 "결코 사리에 밎지 않는 주장"이라며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양극화 해결을 위한 중장기 재원 마련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우리의 재정규모는 GDP 대비 27% 수준"이라며 "미국 36%, 일본 37%, 영국 44%, 스웨덴 5 7%인데 비하면 턱없이 작은 규모"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복지 예산의 비율은 더 적어 앞의 나라들이 중앙정부 재정의절반이상을 복지에 쓰고 있는데 우리는 4분의 1밖에 되지 않고, 정부정책에 의한 소득격차 개선효과도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정이 이런데도 복지과잉으로 경제성장에 지장이 있을 것처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처럼 이해관계에 따라 사실을 왜곡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했다.

= "당내 선거는 민주주의 기초" =

0...노 대통령은 연설에서 정치적 담론 제기는 일절 배제했으나 최근 열린우리당의 '유령당원' 모집 사건으로 정치쟁점이 된 당내선거 문제에서만큼은 원칙론을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노 대통령은 "올해 지방선거만 잘 치르면 깨끗한 선거문화는 확고하게 정착될것"이라고 전제한 뒤 "당내 선거는 민주주의의 기초다. 어떤 선거보다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 등 야당에서 제기하는 '공안선거' 주장에도 불구하고 당내경선부정을 미연에 차단해 공명선거를 정착시키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한 것으로 풀이됐다.

= "임기안의 성과 연연하지 않을 것" =

0.. 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미래에 대비하는 책임있는 자세'를 역설하면서 "임기안의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멀리 내다보고 할 일은 뚜벅뚜벅 해나가도록하겠다"고 다짐했다.

노 대통령은 거듭 "멀리 내다보고 가겠다"며 "지금 우리가 자랑하는 CDMA 기술도 십수년전에 준비했던 것이고, 오늘 우리가 고생하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도 따지고 보면 10년전 IMF 위기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며 "그렇듯이 제가 하고 있는 일도성과나 부작용은 대부분 다음 정부 이후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연설을 끝맺으며 "우리는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했던 것도 다 이뤄냈다며 "희망과 자신감을 갖고 미래를 대비해 나가자. 올해, 그리고 그 이후에도 대한민국 기적의 행진을 계속 이어나가자"고 국민들을 격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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