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년, 대구·경북지역 최초의 기차역인 대구역이 문을 열었다. 당시 대구역은 볏짚 지붕에다 통나무로 엮어 지어졌다. 10평 남짓한 초가집. 초라했지만 이곳은 '경부선 시대'의 화려한 출발을 알리는 발원지였다.
그리고 101년. 경부선엔 고속철 KTX가 다닌다. 대구는 KTX를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고, KTX 역사를 갖게된 김천도 철도를 무기로 혁신도시를 유치, 비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경북 철도 101년. 이곳을 따라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으며, 앞으로는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
▨철도의 어제
1905년 개통된 경부선은 국토개발의 중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리고 도시 간 명암을 엇갈리게 만들었다.
경부선의 첫 설계 당시만 해도 노선은 '서울~충주~안동~대구~경주~울산~부산'이었다. 그러나 충주 유림들이 "열차의 검은 연기가 벼농사를 망치고, 조상들의 영혼이 놀란다"며 극구 반대, 노선이 바뀌었다. 때문에 충주는 교통 요충지라는 옛 명성을 잃고 쇠락의 길을 걸었다. 안동 역시 경부철도에서 소외되면서 '경북 1등 도시'를 내줘야 했다.
반면 '금전'이라는 조그만 시골마을에 불과했던 경북 김천은 경부철도가 놓인 뒤 교통 도시로 급성장했다. 그리고 100여 년. 김천은 2005년 12월 경북지역으로 옮기는 13개 공공기관이 들어설 혁신도시 예정지로 선정, '용꿈'을 꾸게 됐다. '철도의 위력'이 나타난 것이다.
또 1918년엔 대구를 기점으로 금호강 연안을 따라 영천에 이르는 대구선이 개통됐고 1924년에는 경북선(김천~영주) 가운데 김천~상주 구간이 뚫렸다.
포항과 부산진을 잇는 동해남부선은 1935년에 제 모습을 갖췄다. 동해남부선은 동해안의 해산물과 해안지방의 자원 수송을 목적으로 부설된 철도. 동해남부선이 태어나면서 신라 건축양식을 본뜬 경주 역사와 불국사 역사도 만들어졌다.
일제가 물러간 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경북선과 문경선이 잇달아 개통됐다. 무연탄과 비료, 시멘트 등의 수송을 위해서였다.
점촌에서 영주를 잇는 경북선 선로도 신설돼 1966년 11월 개통했다. 3년 뒤인 1969년에는 문경과 점촌을 연결하는 문경선이 완공됐다. 은성광업소에서 생산된 무연탄을 수송하기 위해 기존 점촌~가은 구간에 진남 신호소~문경 구간을 연장한 것. 1968년에는 포항종합제철소의 원자재 공급과 생산제품을 수송하기 위한 포항종합제철선(괴동선)이 개통됐다.
▨철도의 오늘
2004년 4월 KTX 경부 고속철도가 착공 12년 만에 개통했다. KTX는 시간당 300㎞로 질주하며 대구에서 서울까지의 거리를 100분으로 좁혀놨다.
고속철도 이용객도 날로 늘어 2005년 11월 현재 KTX를 통해 동대구역을 찾은 이용객은 407만2천614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248만1천73명)에 비해 64%나 증가했다. 반면 새마을, 무궁화 등 일반열차의 경우, 지난해 11월 현재 832만4천47명이 이용, 전년 같은 기간(903만3천227명)보다 18.3%나 줄어들었다.
고속철은 삶의 질·산업·교통문화·관광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왔다. 고속철이 가져다준 최고의 선물 중 하나는 바로 '시간 및 비용 절약'. 주말 부부의 오붓한 시간이 길어졌고, 하루 출장이 가능하게 됐다.
당초 고속철 개통으로 인해 쇼핑객 및 공연·전시회 문화 관람객, 병원 환자 등의 수도권 역유출 우려도 있었지만 기우인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등 지역 유통업계는 쇼핑객의 이탈은 거의 없고 오히려 개통 이전에 비해 매출이 는 것으로 분석했고, 수도권의 오페라, 뮤지컬, 연극, 전시회 등 다양하고 풍부한 전시·공연으로 역유출이 우려됐던 문화 관련 분야도 현재까진 고속철의 덕을 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고속철의 대구도심 구간(11.5㎞) 통과방식이 지상화로 확정, 대구시는 오는 2010년까지 철로변 주변 및 도심 낙후지역, 동대구역세권을 교통, 관광, 비즈니스, 문화 등 복합기능을 갖춘 신도심으로 대대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내일의 철도
동대구역에서 열차를 타고 영국 런던까지 갈 수 있다면? 꿈이 아니다. 남북종단철도(TKR)를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와 연결하는 '철의 실크로드'가 건설되면 충분히 가능하다. 대구에서 서울, 평양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모스크바를 거쳐 프랑스, 영국 런던까지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다는 것.
유라시아 대륙으로 통하는 물류 체계가 확보되면 한반도는 단숨에 동북아 물류·수송기지로 도약할 수 있다.
우선 경의선이 개통되면 개성공단 물류비 절감과 물자교류 확대 등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경제협력의 토대가 마련된다. 동해선도 금강산 관광 열차로 활용될 수 있다. 중·장기적으로 TSR(시베리아 횡단철도)-TKR(한반도 종단철도)이 연결되면 남·북한과 러시아는 매년 1억 달러 이상의 운임 수입을 거둘 수 있을 전망.
또 경의선이 복원되면 한국-유럽 간 물동량의 20%, 일본-유럽 물동량의 5% TSR로 실어 나를 수 있고 체증이 심한 중국 대련항 물량의 10%, 천진항 물량의 5%가 TKR을 이용하게 된다.
문제는 남북한 철도연결이 답보 상태에 있다는 것. 당초 올해안에 실시될 예정이었던 경의선·동해선 시범운행은 무산된 상태. 하지만 내년에는 개통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의선과 동해선은 열차 운행이 가능하다. 다만 북측 구간의 경우 역사 및 신호, 통신, 전력계통의 공사가 진행중이며, 내년 초면 이 같은 주변공사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개통된다 하더라도 북한철도의 현대화를 위한 재원조달, 구 공산권철도운영체인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해 운영 자격을 따내야 하는 등 국제적인 여건도 조성돼야한다.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해서는 28억 달러(3조∼4조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대구·경북을 지나는 철도 노선
1)정규노선- 경부선(서울-부산), 중앙선(청량리-경주), 영동선(영주-강릉), 대구선(가천-영천), 동해남부선(부산진-포항), 경북선(김천-영주)
2)지선- 문경선(점촌-문경), 괴동선(포항종합제철선·효자-괴동), 가은선(주평-가은), 북영주선(중앙선-영동선 연결), 영천 삼각선(대구선-중앙선 연결)
사진: 경부철도회사 대구건축공사 사무소와 숙사(1904년 3월)
댓글 많은 뉴스
"제대로 했으면 출마도 못해" "권력에 무릎"…'李재판 중단'에 국힘 법원 앞 집결
대북 확성기 중단했더니…북한도 대남 소음 방송 껐다
정세균, 이재명 재판 문제 두고 "헌법 84조는 대통령 직무 전념 취지, 국민들 '李=형사피고인' 알고도 선택"
[앤서니 헤가티의 범죄 심리-인사이드 아웃] 대구 청년들을 파킨슨병에서 구할 '코카인'?
[야고부-석민] 빚 갚으면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