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수 비, 美시장 높은 장벽 뛰어넘었다

"나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지난 3일(한국시간)과 4일, 소속사 측의 기획 아래 치밀하게 준비되고, 마침내 공격적인 승부수를 띄운 톱가수 비(24)의 미국 뉴욕 공연. 기대가 너무 많아서일까, 미국 현지의 냉정한 평가는 많은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공연 전 대서특필 분위기의 미국 언론이 공연 후 보여준 평가절하하는 듯한 상반된 태도도 걸리는 대목이다.

그러나 비의 말대로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을 뿐이다. 미국 메이저사와 손잡고 음반을 발매, 내년쯤 빌보드 40위권 안에 진입하겠다는 것이 소속사 측의 전략이다. 비의 뉴욕공연을 계기로 공연성과와 미국시장의 진입장벽 등을 짚어본다.

◇비, 뉴욕공연이 남긴 것=존 레넌, 엘튼 존, 빌리 조엘 등 세계적인 가수들이 섰던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단독 콘서트를 가진 비는 이틀간의 공연에서 1만여 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며 주목받았다. 이는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긋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5일 뉴욕타임스는 공연비평에서 "훌륭한 댄서이자 상당한 가수"라고 평가하면서도 "특색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비가 마이클 잭슨 같은 카리스마, 어셔의 섹스 어필,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빠른 팝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한국말로 더빙된 오래된 MTV 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다"고 문제점을 덧붙였다.

하지만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던 미국시장 진출에 가능성을 인정받고 아시아 최고 가수로서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가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한국 대중문화 스타들의 미국진출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도 의미 있게 다가온다.

비를 키워낸 프로듀서 박진영 씨는 "미국 메이저 음반사들이 벌써 손을 뻗치고 있다는 건 비의 성공적인 미국진입을 기대해도 좋은 청신호"라고 밝혔다.

◇미 시장의 높은 장벽=연예인이라면 한번쯤 미국 진출을 꿈꾼다. 미국 대중문화 시장에서의 성공은 곧 세계적인 성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대중문화 시장은 유교적 가치관의 동질성을 공유한 일본이나 아시아권과는 또 다른 장벽이 도사리고 있다.

미국은 세계 대중문화산업의 최대시장이자 최대공급자이다. 동시에 영화, 방송, 음반 등 대중문화 각 부문에서 시장을 지배하고 트렌드를 선도하는 메카이다. 문화관광부 '2004문화산업백서'에 따르면 2004년 미국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산업은 5천260억 달러 규모로 전 세계 시장의 44%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첨단을 달리는 미국 팝 문화를 단순히 모방하거나 아시아권에서 통했다고 미국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동안 일본, 중국 스타들이 미국에 진출, 극소수만이 성공을 거둔 것은 미국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래도 성공하려면=한류스타들이 할리우드 영화나 음반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미국 대중의 눈높이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결국 대사나 가사를 통해 미국인의 감성을 공략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지인의 구미에 맞는 전략을 구사하고 독창성과 보편성을 조화시킨 음반과 공연매너로 승부한다면 현재의 부정적인 시각을 얼마든지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시장의 특성파악에 이은 스타들의 경쟁력 확보, 해외진출 인프라 구축 등이 맞물려 하나하나 물꼬를 터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노진규기자 jgro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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