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월 스크린 달구는 코믹 영화들

'2월에는 웃자?!'

이번 달에는 코미디 영화들의 개봉이 줄을 이을 전망이다. 게다가 영화계에선 이례적으로 스타급의 주연을 내세우기보다 끼와 연기력으로 무장한 실력파 배우들이 조연에서 주연으로 첫선을 보이는 영화들이 많다.

9일에는 '흡혈형사 나도열', '썬데이 서울'이 나란히 개봉하며 10일에는 '달려라 장미', 16일에는 '구세주', '빅 마마 하우스 2'가 개봉 예정이어서, 개봉영화의 대부분을 코미디 장르가 차지하고 있다.

'흡혈형사 나도열'은 각종 영화에서 감초 같은 조연역을 맡아왔던 김수로가 첫 주연을 맡아 화제를 모으고 있고, '구세주' 역시 막강 코믹 조연이었던 최성국과 신이가 주연으로 열연한다. 코미디 장르의 외화로는 유일하게 '빅 마마 하우스2'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23일 개봉하는 한석규 주연의 '음란서생'은 그 틈새에서 스크린 스타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흡혈형사 나도열

2006년 서울의 밤, 서울에 잠입한 루마니아산 흡혈모기는 도로 한복판에서 일어난 충돌사고 현장에서 억지를 부리며 핏대를 세우는 열혈형사 나도열의 도드라진 혈관을 포착한다. 순간 모기는 그의 목을 인정사정없이 물어버리고 그 후로 나도열은 흡혈형사가 되고 만다.

성적으로 흥분하면 흡혈귀로 변하는 나도열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흡혈귀로 변해 이를 해결하려 하고, 영화는 이 과정을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쉬리', '주유소 습격사건', '반칙왕', '간 큰 가족' 등에서 빛나는 조연으로 활약해 온 김수로가 처음으로 주연으로 등장하는 '흡혈형사 나도열'은 주인공뿐만 아니라 조연급의 탄탄한 연기도 볼 만하다.

연기파 배우 오광록은 나도열과 함께 은신생활을 하는 뱀파이어 헌터 비오 신부를, 악역전문 배우 손병호는 여성적 취향을 가진 비열한 악당 탁문수 역을 맡아 연극무대에서 다져온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나도열이 친형처럼 따르는 강력반 형사 강형사로 천호진이 출연하며 조여정은 나도열의 연인 연희 역으로 첫 선을 보인다.

이 영화는 독특하게도 시작부터 속편 제작을 염두에 두고 기획됐다. 1편은 루마니아산 모기에 물려 나도열이 형사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2,3편은 나도열의 활약상과 주변인의 이야기가 담긴다. 시리즈물로 가장 인기가 좋은 할리우드식 슈퍼 히어로 영화를 벤치마킹한 셈이다. '흡혈형사 나도열'이 한국판 '배트맨',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썬데이 서울

1990년대 이전에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이라면 불온한 기억 한편에 '썬데이 서울'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968년 창간됐다가 1990년대와 함께 막을 내린 대중문화지의 대명사 '썬데이 서울'이 영화로 찾아온다. 온갖 이니셜로 연예계의 추문을 전해주는가 하면 정치의 뒷이야기를 다루어 열독률이 높았던 잡지와 닮은 영화 '썬데이 서울' 역시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잡지와 마찬가지로 코믹, 호러, 액션, 멜로 등을 혼합한 탈장르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이 영화는 평범한 일상에 숨겨져 있는 이야기 세 편이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에 사는 평범한 고등학생 덕규(전재형)와 자장면을 배달하는 청년 진수(용이)의 눈에 비친 기이한 사건들을 보여준다.

영화의 첫 번째 이야기는 늑대인간이 주인공이다. 같은 반 아이들에게 일상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던 고교생(봉태규)이 알고 보니 늑대인간이었다는 설정. 두 번째 이야기는 연쇄살인범이 등장, 한 가족을 무참히 살해하는 내용이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아버지의 복수를 하기 위해 떠돌아다니는 청년(김수형)과 그를 가르치는 은둔 고수의 딸(이청아)이 벌이는 사랑과 갈등을 보여준다.

한창 코믹 연기로 물이 오른 중견 연기자 김수미를 비롯해 이현우, DJ DOC 등 조연들의 톡톡 튀는 연기가 중간중간 등장해 감칠맛을 더해준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선보인 바 있으며 'S 다이어리'와 '새드무비'의 프로듀서였던 박성훈 감독의 첫 영화다.

◆구세주

코미디 영화마다 빠지지 않는 조연으로 활약하던 최성국과 신이가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 '구세주'는 관객들에게 '마음껏 웃자'고 말을 건네는 전형적인 코믹 영화다.

자칭 꽃미남으로 허풍세고 폼만 잡는 바람둥이 정환(최성국)은 대학 시절, MT에 참가했다가 익사직전의 폭탄녀 은주를 구해주게 되고, 이때부터 정환에 대한 은주의 애정공세가 시작된다. 몇 년 후 은주와 헤어졌던 정환 앞에 검사가 된 은주가 쌍둥이 아들을 데리고 나타난다.

그 후 심성 굳은 여검사가 제멋대로인 남자를 확실하게 군기들이면서 차차 부부가 되어간다는 줄거리로, 제목은 사랑하는 부부가 서로에게 구세주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최성국, 신이뿐만 아니라 백일섭, 박원숙, 김수미 등 중년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세대별로 공감할 수 있는 웃음을 선사한다는 계획이다.

◆빅 마마 하우스 2

한국 코미디 영화들의 봇물 속에서 유일하게 선보이는 코미디를 표방한 외화.

FBI 요원 말콤 터너(마틴 로렌스)는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컴퓨터 '웜'을 디자인하는 용의자 톰 풀러(마크 모세스)를 쫓는 임무를 맡는다. 톰 풀러에게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그의 집에 세 아이들의 새 보모로 들어가는 것. 이는 말콤이 다시 한 번 뚱보 할머니 '빅 마마'로 변장해야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번잡스러운 3명의 아이들과 기가 죽어 우울증에 빠져버린 강아지, 수많은 가사일 때문에 '빅 마마'로서의 작전 수행은 번번이 위기에 빠진다.

한층 정교해진 '빅 마마' 분장이 볼거리를 선사하지만 할리우드의 좌충우돌 공식을 그대로 따라간다. 한국 영화들의 틈새에서 빛을 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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