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김 원장 여긴 웬일이고? 최변(최 변호사), 니도 청약하러 왔나?"
지난 연말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들어설 '위브 더 제니스' 모델하우스는 마치 송년회장을 방불케 했다. 최고급 아파트(주상복합)로 소문난 만큼 대구에서 돈 깨나 있는 사람들이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대구에 부유층을 겨냥한 한 아파트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부자들은 그냥 수성구 아파트의 큰 평형을 찾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IMF 외환위기 직전(1996년 6월)에 분양한 수성4가 수성하이츠(72~90평), 2002년 분양한 황금동 태왕아너스(37~87평)에 이어 최근 분양한 '위브 더 제니스', '범어 우방 엘리시온' 등이 그렇다. 그들만의 특별한 주거공간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아파트들은 청약경쟁률이 크게 높지만 않지만 대부분 완전 분양되고, 웃돈을 주고라도 사려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다. 태왕아너스의 경우 분양가 6억1천500만 원이었던 87평형은 호가가 2배에 이르는데도 매물이 없다. 분양가 4억2천850만 원이던 수성하이츠 90평형도 현재 6억2천만~6억5천만 원에 거래된다.
'부자 아파트'는 당첨 즉시 '프리미엄'을 붙을 정도이다. 부자 아파트가 부자를 만들어 주는 셈. 이 때문에 투자 목적으로 고급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사람들도 많다. 김모(51'섬유업체 경영)씨는 "1년 내내 공장을 돌려 생기는 순수익보다 고급 아파트의 프리미엄을 챙기는 것이 훨씬 낫다"라며 "좋은 위치라면 무조건 대형 평수를 청약한다"고 했다.
부자들은 그들만의 '주거특구'를 왜 선호할까. 부유층은 수영장, 골프연습장, 의료기관 등이 밀집된 대형'고급 주거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중산층이 줄어들고 소득계층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차별화된 주거공간에 대한 욕구도 높다.
양극화가 심한 미국의 비버리힐즈 등 부자 동네의 '공동관심단지'(common interest developments) 유행에서 이같은 현상은 잘 나타난다. 공동관심단지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다. 우아한 생활양식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며, 생활방식과 소득이 비슷한 사람들이 모여살고 정원, 공원, 수영장 등 공동시설이 주어진다. 2002년 건설된 서울의 타워팰리스는 이 같은 흐름을 국내에서 가정 먼저 적용한 사례이다.
권준호 (주)태왕 사장은 "부유층은 고급스런 인테리어와 조망권, 사생활보호 기능, 편리한 교통, 좋은 학군 등의 장점 때문에 고급 아파트를 선호하지만 이보단 공동관심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다는 점에 더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고급 아파트들은 철저한 보안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보디가드' 같은 전문경비업체의 직원들과 적외선 감시카메라 등 첨단 장비들이 낯선 사람들의 출입을 통제한다. 잡상인은 접근하기 힘들다. 자동차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도착하면 엘리베이터로 곧장 집에 들어갈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을 제외하면 외부와의 접촉이 전혀 없다.
'위브 더 제니스' 입주 예정자 이모(45'의사)씨는 "아파트에서 호텔 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경제적, 사회적 신분과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살 수 있어 좋다"라며 "친구, 동서가 함께 아파트 계약을 했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부유층, 그들은 이렇게 그들만의 둥지를 틀고 있다. (2006년 2월 23일자 라이프매일)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사진 : '위브 더 제니스'의 화려한 내부 모습들. 박순국 편집위원 toky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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