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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業 문제, 위기감 정립이 더 급하다

1987년 4억 달러이던 농수산물 무역 적자가 8년만인 작년에 108억6천만 달러로 폭증했다. 이 규모는 작년 반도체 수출액의 36%에 해당하고, 그 전년보다 7%나 커진 것이다. 게다가 적자 규모는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 내일부터는 밥을 짓는 데 쓰는 쌀의 수입까지 의무화된다. 1995년 이후 가공용 쌀만 일부 의무 수입해 왔으나 작년 11월 발효된 협정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쌀 수입 비율 역시 지금의 전체 소비량 중 4%에서 8%까지 앞으로 9년 이내에 늘리도록 의무화됐다.

그런 가운데 지난 2일 협상 개시가 선언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될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다. 그 협정으로 인한 가장 큰 타격은 농축산 분야에서 발생하게 돼 있다. 반대로 미국은 이 분야에서 가장 큰 이익을 노린다. 우리 농업은 8만5천 개의 일자리를 상실하고, 생산액이 최다 8조8천억 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런 피해를 초래할 한'미 FTA 협상은 미국 국내법 때문에 내년 6월 이전 타결을 목표로 서둘러지고 있다.

갈수록 커질 농축산물 분야에서의 무역 적자는 경제적 수지 이상의 의미를 띨 정도로 심각하다. 싼 외국산은 이미 국내 농산물의 가격 하락을 유발했고, 결국엔 농업의 파멸, 농민의 몰락, 농업 관련 산업의 사양화를 초래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큰 위기는 그 다음에 닥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농촌이 피폐화되고 '식량 안보'가 무너지리라는 게 그것이다. 당장의 피해자는 농민들이지만, 정작 본격적인 피해자는 도시민들과 국가 자체가 되리라고 했다. 일본은 콩 문제로 이미 그 같은 위기를 경험한 바 있다. 그런데도 지금 우리에겐 위기감이 없다. 바로 이 사실이 진짜 위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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