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당국이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 정권의 붕괴를 도모한 것으로 알려진 세력에 대해 대대적인 진압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고위 경찰간부 4명이 체포되고 야당 지도자 16명이 반란혐의로 기소됐다.
아로요 대통령이 쿠데타 음모에 대한 조치로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지난 24일 경찰 '특별행동부대' 지휘관직에서 해고당한 마르셀리노 프란코 경무관과 그의 부하 3명이 "제한적인 감금상태에 있다"고 경찰청장 아르투로 롬미바오가 27일 기자들에게 밝혔다. 경찰 간부들에 대한 이러한 조치는 이들이 아로요 정권을 흔들기 위해 사람들을 모으고 있다는 설이 나도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필리핀 경찰은 또 아로요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해온 좌파 성향의 하원 의원 4명과 다른 야당 인사 12명을 반란 및 쿠데타 혐의로 법무부에 소장을 제출했다. 기소된 의원들은 지난 24일 체포된 크리스핀 벨트란과 사투르 오캄포, 리자 마자, 테오도로 카시노 등이다. 벨트란 의원은 현재 구금상태지만 다른 3명의 의원은 아직 체포되지 않은 상태로 의회가 속개되는 27일 오후에 체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980년대에 육군 대령으로 재임할 때 당시 정권을 상대로 한 몇 차례의 유혈 쿠데타를 이끈 전 상원의원 그레고리오 호나산도 이번에 기소됐다. 그는 도피상태에 있다.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한 관영TV에 출연해 비상사태가 언제 해제될지에 대해선 아무런 시사를 하지 않고, 대신 기강이 해이해진 군부의 운명을 개척할 것이라는 과거 공약을 되풀이했다.
아로요 대통령 측의 야당 세력 등에 대한 진압이 속도를 더해가고 있는 가운데 변호사 단체가 현재의 비상사태는 위헌이라며 27일 중으로 대법원에 비상사태 금지명령을 요구하는 소원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올터너티브 로 그룹'의 대변인인 말론 마누엘은 "대법원이 (비상사태) 선언으로 야기되는 정치위기가 상승되지 않도록 이 문제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처해 주길 우리는 기대한다"고 말했다.
27일 수도 마닐라에선 시위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학교가 일시 폐교됐지만 경제상황은 평상시와 같았으며 지난 24일 혼란에 빠졌던 금융시장도 안정을 되찾은 모습이었다.
미 달러화에 대한 페소화 환율은 이날 오전 0.2% 떨어진 달러당 52.3페소에 거래됐으며, 주요 주가지수도 0.4% 하락했다. 페소-달러 환율과 주가지수는 지난 24일엔 1%씩 폭락했었다.
한편 축출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의 딸인 마리아 이멜다 하원 의원은 이날 필리핀은 아로요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되면 야당 측에선 그 빈 공간을 메울 인물이 부족하기 때문에 군부의 지배에 들어설 것이란 '놀라운' 전망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이멜다 의원은 "전조가 좋지 않으며, 진짜 불행과 일촉즉발의 폭력이 있을 것 같다"며 이처럼 말했다.
마닐라AFP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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