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흑산도 홍어 한 점 먹어봐!

홍어는 조상대대로 내려온 전통음식이다. 발효시켜 눈물이 핑 돌 정도로 코를 찌르는 맵싸한 맛이 진미. 묵은 김치를 편 후 두껍게 썬 돼지고기와 적당하게 삭힌 홍어회 한점을 초장에 찍어 얹고 김치를 말아 먹으면 입 속 전체를 톡 쏘는 맛으로 콧등이 시큰해진다. 하지만 이 자극적인 맛은 우물거릴수록 묘한 향기로 온 몸을 파고든다.

▶흑산도와 영산포

고려 때였다. 나주 관할이었던 흑산도에 왜구의 침범이 잦자 흑산도 등 섬 주민들을 나주관할의 영산포로 이주시켰다. 영산포란 이름도 흑산도 인근의 영산도에서 온 말. 이주해온 주민들은 자연 지리에 밝은 고향 흑산도 주변에서 고기잡이를 했다. 흑산도에서 영산포까지는 뱃길로 2~3일. 잡은 홍어도 운반과정에서 발효가 될 수밖에 없었고 오히려 이 맛이 더 뛰어났다. 홍어는 흑산포에서 잡지만 영산포가 홍어집산지로 이름 난 것도 이 때문.

▶삼합, 홍탁, 삼탁

흔히 이야기하는 삼합은 묵은 김치에 돼지고기, 삭힌 홍어를 곁들인 것이다. 홍어안주에 막걸리 한사발이면 홍탁, 삼합이 안주면 삼탁이다. 홍어의 진맛은 삼합에 막걸리를 마셔야만 알 수 있다.

지나가는 말 하나. '만만한게 홍어×'이란 속담이 있다. 홍어는 암컷이 수컷보다 더 크고 맛있다. 가격차이도 많이 난다. 홍어의 생식기가 조업하는데 걸리적거려 어부들이 홍어를 잡아올리면 제일 먼저 생식기를 잘라냈다. 이를 암컷으로 속여 팔기도 했다. 이 때문에 만만한 대접을 받은 사람들이 이런 속담을 들먹거렸다.

▶흑산도와 영산포 홍어집

흑산홍어는 흑산도 '우리음식점'(061-275-9030)이 유명하다. 허름한 집이지만 홍어만큼은 제맛이다. 흑산도를 찾는 사람들은 꼭 들르는 집. 흑산홍어는 시중에 많이 나도는 칠레홍어와 맛이 확연히 다르다. 오래 씹을수록 특유의 맛이 좋아진다. 주인인 손금순 할머니는 "안주로 삼으면 술이 덜 취하고 뒤끝이 좋다"고 소개했다. 많이 삭힌 것과 조금 더 싱싱한 것 두종류를 시켜놓고 맛을 비교하며 먹어도 좋다. 매운 맛이 더한 홍어 코를 달라면 서비스로 맛을 보여준다.

'홍어1번지'(061-332-7444)는 영산포에 자리잡은 홍어집. 홍어회 외에 찜과 무침, 전골, 튀김 등 다양한 홍오요리를 내놓는다. 이 모든게 나오는 홍어정식 4인기준 6만원. '애'라고 하는 홍어 내장에 된장을 조금 풀어넣고 끓인 '홍어애 보릿국'도 고소한 맛으로 속풀이로 괜찮다.

박운석기자

사진 : 나주 영산포 '홍어1번지'의 홍어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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