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1절 하회마을 소년들의 '대한독립' 함성

전국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기미년 독립만세 운동 당시 안동 하회마을에서는 10대 소년들의 '대한독립 만세' 함성이 있었다.

87년 전인 1919년 3월27일 풍산 류씨 문중의 청년 류점등(柳點登·1897∼1954)은 하회마을 내 풍남공립보통학교(풍남초교 전신)에 재학중인 소년 23명을 모아 오전 11시쯤 마을 강변 만송정으로 향했다. 류점등을 빼고는 모두 16세 이하였던 이들은 숨겨 온 태극기를 꺼내들고 목청껏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그리고 잠시 후 마을로 들어가 태극기를 흔들며 골목골목을 누비며 만세를 불렀다.

기미년 당시 3월14일부터 일어난 안동지역 만세운동 중 맨 마지막에 기록돼 있지만 앳된 소년들의 함성은 소년들이 나라의 광복을 연다는 희망을 전하기에 충분한 사건. 전례가 없던 소년들의 만세운동은 곧 안동읍내에 알려져 이날 오후 일본 수비대가 출동했다. 마을에 들이닥친 일본 헌병들은 닥치는대로 소년들을 잡아갔고 류점등도 체포됐다. 수비대는 부모들의 서약서를 받고 곧 소년들을 풀어줬지만 주모자였던 류점등은 수개월 동안 옥살이를 했다는 짧은 기록만 전해지고 있다.

아쉽게도 지금은 소년들의 독립만세 운동에 대해 기억하는 하회마을 사람들은 없다. 8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도록 단 한번도 이 궐기의 의미를 되짚어 보지 못한 때문이다. 다만 당시 소년들이 다녔던 풍남공립보통학교 터가 아직 남아있어 이들의 자취를 어렴풋이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안동·권동순기자 pinoky@msnet.co.kr

사진 : 기미년 당시 안동 하회마을에 문을 연 풍남공립보통학교 학생들이 만세운동을 벌인 다음해인 1920년 수학여행때 찍은 사진. 사진속의 소년들 상당수가 기미년 하회마을 소년 독립만세 운동에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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