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김정실
내가 봄날이었을 때
문 밖 저쪽에
꽃들이 있는 줄 알았다
내가 토한 빛에 물들어
꼬물꼬물 기어 나오는 모습
색깔의 물결 타고 서성이면서
세월만 부수었다
들어서면 깨달음 있을 터인데
송이에 송이를 더할 때마다
높아지는 턱
쿵쿵 심장소리가 높다
손수건 왼쪽 가슴에 달고
손목 잡히어 들어서는
여덟 살배기 꼬마도 아닌데
이제
봄 문턱에 들어선다.
인생의 봄날이었던 유년의 꿈은 '문 밖 저쪽에'서 피울 수 있는 '꽃'이라 생각했기에 아름다웠다. 그러나 현실 세계와 꿈의 세계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꿈은 '송이에 송이를 더할 때마다' 멀어졌다. 결국 '세월만 부수'는 삶이었다. 일장춘몽(一場春夢)의 현실이었다.
이러한 현실과 상관없이 우리는 '이제/ 봄 문턱에 들어서'며 다시 꿈꾼다. 봄은 우리로 하여금 꿈꾸게 한다. 이 봄에 우리는 꿈 많은 '여덟 살배기 꼬마'로 돌아가는 것이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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