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한(50)·김경숙(45) 씨 부부는 바다가 고향이다. 도시인들에게는 '낭만적'으로도 들릴 수 있는 이 한 마디 안에는 윤씨 부부의 모든 삶이 담겨있다. 윤씨의 경우 어릴 때부터 바다에 나간 아버지를 기다리기 일쑤였고, 자신도 총각때부터 바다에서 자신의 꿈을 찾았다. 결혼 20년째를 맞은 김씨는 그 날 이후 새신랑을 따라 덩달아 바다를 고향으로 삼았다.
◆바다가 고향
울진 후포항 옛 어시장 앞 부두. 인상 좋은 윤씨 부부가 그물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 모습은 10년 전 소형 어선을 구입해 직접 운영하면서부터 한결같은 그 장소, 그 모습이다.
고향이 어디냐고 묻자 윤씨는 그냥 '바다'라고 했다. 원 고향은 후포에서 승용차로 20여분 거리의 영덕 영해면 대진리. 아내 김씨는 윤씨보다 조금 더 먼 영덕 강구다. 20년 전 결혼하면서 홍게 잡이가 성행했던 후포로 왔다.
"집 어른도 어부였어요. 나도 총각시절부터 배를 타기 시작해, 결혼 후엔 홍게잡이 선원, 10년 전부터 소형 선박의 선주 겸 선원이 됐죠. 가족 먹여 살리고 아이들 교육시킨 원천이 바다지요. 나이는 아직 얼마 안됐지만 바다를 빼면 아무런 할 이야기가 없어요"라고 했다. 부인인 김씨의 생각은 다르다. 바다가 고향인 것도 맞고, 윤성호 선장인 것도 맞지만 남편 윤씨가 자신의 소유인 만큼 선주는 본인이라고 했다.
◆바다는 고된 곳
윤씨 부부가 전하는 바다일은 듣기만 해도 힘들다. 새벽 2시30분 일어나 배에 시동을 걸고 기계를 점검하다보면 새벽 3시. 이들의 하루가 열리는 출항시간이다. 작업장은 동해의 이어도로 불리는 왕돌암(짬)으로 캄캄한 바닷길 1시간 거리다. 20여일 전 설치해 놓은 그물을 거둬 첫 경매가 시작되는 오전 6시까지 후포항으로 돌아가야한다. 그 사이 부인 김씨는 부둣가 간이 천막에서 밥을 짓는다.
"쉴 틈도 없어요. 경매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과 아침 먹고 나면 전날 오후에 잡아둔 울진대게를 어판장으로 옮겨요. 대게 경매는 오전 9시거든요"
그러나 위판은 중매인 차지다. 오전 8시면 대게를 잡으러 출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왕돌암쪽으로 가서 배위에서 5, 6시간의 작업을 한 뒤 오후 3, 4시쯤 다시 귀항한다. 그리곤 6시까지 그물작업을 해야한다.
◆삶을 내맡긴 뱃일.
그처럼 일하면 금방 부자 되겠다는 말에 김씨는 강하게 부정했다.
"한 달 평균 매출은 800~900만 원쯤 되요. 기름값으로 한 200만 원, 그물작업 도와주는 아주머니 두 사람 인건비, 그물 폐기, 기계 고장 수리비 등을 지출하면 400만~500만 원쯤 손에 쥐지요. 많아 보이지만 고생하는 것에 비교해 보세요"
처음 시작하던 10년전에 비해 기름값이 3배나 올라 한 드럼에 10만 원이나 한다. 또 경비와 물가도 올랐지만 고깃값은 별 차이가 없단다. "돈 버는 것은 고기 잡는 우리가 아닌 상인들이지요. 위판가의 몇 곱절을 받잖아요" 남편 윤씨의 목소리가 조금씩 높아졌다. 윤씨는 부인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다른 사람을 쓰자니 인건비 지출이 많아 배를 함께 타는데 여간 고생이 아니라는 것.
순간 순간 변하는 바다이다보니 죽을 고비로 몇 번 넘겼다. "5년 전쯤 3척이 함께 조업을 나갔었는데 내 배가 고장이 났어요. 그래서 작업을 중단하고 다른 배에 이끌려 귀항을 하는데 파도가 너무 높아 기관실까지 물이 찼어요. 앞선 배는 아무 것도 모르고 달리기만 했는데 너무 다급해 칼로 묶인 밧줄을 끊었지요. 표류하다 뒤늦게 구조된 일도 있었어요"
괜찮은 점도 있다. 바닷일을 함께 하다보니 금슬이 좋다는 것. 김씨는 "망망대해에서 둘만 있어보면 해결안되는 일이 없어요"라고 했다.
◆윤씨 부부의 희망가
일은 고되지만 윤씨 부부는 언제나 희망가를 부른다. 여느 부모와 똑같다.
"서울서 직장생활하는 큰 딸이 좋은 사람 만나 시집 잘 가고 둘째 딸이 공부 잘 해 대학가고, 초등학교 다니는 늦둥이 막내아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게 우리 부부 꿈이며 희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행가 '영일만 친구'를 개사한 '후포항 친구'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오랜 작업끝에 완성한 그물을 걸쳐두고 집으로 돌아갔다. 울진·황이주기자 ijhw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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