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원주택을 찾아서-봉화군 춘양면 김종웅씨 집

경상북도 봉화군 춘양면 애당리. 영주 IC에서 승용차로 30분가량 더 들어간 그곳은 강원도 영월군과 산 하나를 사이에 둔 경북 최북단 마을이었다. 40여 호의 가구가 계곡을 따라 드문드문 보금자리를 튼 전형적인 산악지대 시골마을의 모습. 김종웅(58) 씨의 통나무 집은 참새골로 불리는 이 마을의 초입에 자리잡고 있다. 넓은 밭과 시원한 개울, 병풍처럼 둘러친 산을 마주한 아담한 2층집이다.

◆ 정수기 사장에서 농부로 변신

"우리 내외가 직접 키운 겁니다. 맛이 어떻습니까?"

김씨 아내 정정희(50) 씨는 멀리서 온 손님을 위해 정성스레 차린 밥상부터 내왔다. 잡곡밥에 깻잎, 김치, 된장국을 차린 소박한 식단. 채식주의자를 자처하는 김종웅 씨는 자신이 짓는 농사에 대한 소박한 철학으로 얘기꽃을 피웠다. 그는 농약과 비료를 쓰지 않을 뿐 아니라 제초나 가지치기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땅에 일체 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그의 표정은 천상 인심좋은 농부의 그것이었다.

그가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정수기 판매업체를 운영하면서 대구 칠곡에서 줄곧 아파트 생활을 했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다. 그는 지난 1997년 2천500여 평에 달하는 현재의 대지를 5천500여만 원에 매입했다. 헌 집 한 채가 딸린 사과나무 밭이었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지하탱크에 저장했다가 그대로 먹는 물로 쓰고 있다며 이 곳의 청정함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한 달에 두 차례 주말농장으로 이용하다가 본격적으로 집을 짓기로 마음 먹은 것은 불과 3~4년 전이었다.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졌어요. '전원생활은 60세는 너무 늦고 50세는 이르다. 55세가 딱좋다'는 말이 떠올라 사업과 아파트를 모두 정리하고 이사를 왔습니다".

정수기 사장님은 농부가 됐다. 타고 다니던 승합차도 힘 좋은 화물차로 바꿨다. 400여평의 논에서 5가마 가량의 쌀을 수확한다. 2천여 평의 밭에서는 벼, 옥수수, 고추, 콩, 땅콩, 감자, 양파 등이 계절마다 자라나고 있다. 얼마간의 곡식이 현재 김씨 수입의 전부. 그러나 사업을 할 때보다 마음은 더 풍요롭다.

◆ 통나무 학교에서 배우다

김씨는 직접 집을 짓기 위해 강원도 횡성군에 있는 '한국 통나무 학교(http://logschool.net)'에 한 달간 입학했다."통나무 집은 단열이 뛰어날 뿐 아니라 원목에서 느껴지는 향기와 100년을 견디는 튼튼함 등 매력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경비를 최대한 아끼기 위해 건축 기술자 1명과 김씨 내외 등 3명이 직접 집을 지었다. 망치질부터 샌딩(원목 표면을 매끈하게 다듬는 작업), 삽질, 시멘트 배합 등에는 손 마디가 아프도록 땀 깨나 흘렸다. 실리콘, 접착제 등 화학제품은 최대한 쓰지 않았다. 2004년 6월에 착공한 집은 무더운 여름을 지나 3개월 만에 완성됐다. 재료비와 건축비를 합해 8천여만 원이 들었다고 했다.

건평 27평짜리 집 내부는 여간 아기자기한 것이 아니다.

현관문 앞에 마루처럼 놓인 원목데크를 딛고 1층 실내로 들어서면 사방에 통나무 골조가 그대로 드러나 투박한 원목의 매력을 보여준다. 1층에는 안방과 거실, 부엌이, 2층에는 작은 방이 있다. 특히 안방의 경우 삼각형 모양으로 천장을 높여 지어 시원함을 더 했다. 2층 방에서 보이는 탁 트인 전망 또한 상쾌하다.

"전원주택 난방중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은 심야전기, 그것도 코일을 바닥에 깐 축열식이지요." 그러나 정작 김씨 자신은 아궁이에 장작을 피우는 방식을 택했다. 전원생활을 만끽하기 위해서다. 작년에 패 놓은 장작더미들이 집 주변으로 돌아가며 빼곡하다. 안방 옆 화장실에는 커다란 가마솥을 설치해 샤워용 물을 데워쓰는 모습도 이색적이었다.

글·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사진·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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