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야구대회에서 이승엽과 최희섭의 홈런을 앞세워 한국이 미국을 7대 3으로 대파했다. 우리 국민은 월드컵 축구만큼 열광했다. 스포츠, 운동경기는 묘한 마력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그런데 한 껍질 더 걷어내면 더욱 흥미로운 사실들이 보인다.
세상의 모든 경기는 생존을 위한 동물적 경쟁, 생사를 넘나드는 투쟁의 상징적 표현이다. 이것의 집단적이고 정형화된 형태의 하나가 전쟁이다. 인간은 생존을 위한 생물학적인 자원의 확보를 위해 싸우는 단계를 지나, 보다 행복한 삶을 위한 정신적 자원의 확보를 위해 경기, 스포츠에 열중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경기와 싸움의 원리는 동일하다.
인류는 수없이 많은 전쟁을 경험했다. 영토를 넓히기 위해, 많은 식량과 노예를 얻기 위해, 자신의 영향력의 확대를 위해, 어떤 때는 사랑을 얻기 위해 전쟁을 했다. 하나 이 모든 전쟁의 본질적 속성은 '내 멋대로 하기 위해, 나의 행복과 유쾌함을 위해 강압적인 방식으로 다른 이를 굴복시키고 살해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핵무기의 등장으로 전쟁은 공멸(共滅)을 의미하게 되었다. 자신을 위해 타인을 살해하는 것이 곧바로 자기살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요즈음 지구인들이 스포츠에 더욱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스포츠의 중립성과 순수성을 강조하지만 이미 본질적으로 그럴 수 없다. 우리 속에 면면히 이어져 오는 싸움, 전쟁의 DNA는 승리와 정복의 쾌락을 갈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싸움은 '나'와 '나 아닌 것'의 싸움이다. '나(我)'의 확장이 '우리'요, '나 아닌 것(他)'의 확장이 '너희'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내 민족' '인류'를 넘어 '우리 별' 등으로 이어져 간다. 범주가 얼마나 커지든 간에 싸움은 둘이서 하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참가하고 복잡한 세력관계를 형성하고 치열하게 장기적으로 싸우든지 간에 싸움은 결국 둘이서 하는 것이다.
모든 싸움과 전쟁이 종식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나 아닌 것의 구분'을 넘어 '전체, 하나의 생명체로서 우리'가 전면화되는 것만이 원론적인 해결책이란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이승엽의 승리 홈런을 보면서 두 가지를 다 생각하는 것은 무리일까?
황보진호 하늘북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