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강렬한 색채와 환상적인 이미지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형성한 작가. 1946년 첫 개인전 이래 수많은 전시회를 열었던 82세의 천 화백의 예술혼을 담은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전이 4월 2일까지 서울 갤러리 현대와 두가헌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천 화백은 '미인도' 위작 시비에 휘말린 뒤 1998년 딸이 살고 있는 뉴욕으로 가 버린 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살고 있다. 지난 2003년 뇌일혈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한 상태로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진 천 화백. 이제 노화백의 80여 년 인생을 정리하는 결과가 평전으로 나온 이 책이다.
천 화백에 대한 저자의 사랑은 대단하다. 1976년 10월 서교동 자택에서 처음 만난 뒤 저자는 천 화백의 화가다움과 여성스러움에 단번에 매료됐다. 그리고 "정(情)과 한(恨)이 배어나는 삶 자체가 드라마틱할 뿐 아니라 자신을 연출할 줄 아는 당대의 멋쟁이요, 화문(畵文)을 겸비한 스타 작가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가장 이상적인 예술가의 모델로 삼았다.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천 화백이 절필 선언 후 뉴욕에 머물 때 "작품을 위해 남은 생명을 불태워 갈 각오"라고 친필 편지를 보낼 정도로 각별해졌다. 그렇기에 이 평전은 저자에게 일생일대의 작업이었고, 전시회를 계기로 때마침 찾아온 집필 의뢰는 마땅히 할 일이었다.
30년의 인연을 바탕으로 저자는 '천경자 다시 보기'를 시도한다. 저자는 천 화백이 '한(恨)의 작가', '고독한 작가'라는 세간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구보다 인생을 축제처럼 산 팔자 좋은 화가"로 본다. '한과 고독을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아 화사하고 밝게 표현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피맺힌 가슴속 응어리가 아니라 아름답고 화려한 감정"이라는 것이다.
충격적 소재, 탁월한 묘사력의 뱀 그림으로 세상과 정면승부하며 동양화·서양화의 경계가 필요없는 자신만의 '천경자풍'의 작업세계를 일군 사람이 바로 천경자 화백이다. 1969년부터 1994년까지 세계를 돌며 '지구촌 다큐멘터리'를 완성하는 등 그림은 물론 해외여행기, 수필 등 글로 삶을 털어놓은 천 화백은 '불타는 예술혼으로 자신을 해방시킨 여자'이다.
현 전시회 서문과 천 화백과의 첫 번째 인터뷰, 천 화백의 글과 함께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 '환상여행', '길례 언니' 등의 대표작과 미공개작, 곳곳에 실린 천 화백이 직접 그린 채색화·스케치·드로잉들이 천 화백의 삶과 예술을 음미하는 데 도움을 준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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