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생생 여행체험-지리산 산수유마을·광한루

어젯밤 외국인 친구들과 마신 동동주가 머리를 아프게 한다. 한국에서 가끔 동동주를 마시지만 마실 때와는 달리 이튿날 머리가 너무 아파 후회하곤 한다. 이른 아침 학원 원장의 도움으로 간신히 관광버스에 올랐다. 한국의 봄을 찾아 떠나는 여행. '문화기행 사계(www.sagetour.com)'와 함께 떠나는 지리산 산수유꽃과 새콤달콤 딸기체험이다. 한국에 와서 처음 맞는 봄이어서일까. 아니면 계절 구분없이 항상 겨울인 캐나다의 고향이 떠올라서일까. 따뜻한 날씨에 너무 설렌다.

◆지리산 산수유 마을

전남 구례군 산동면 상위마을. 캐나다에선 결코 보기 힘든 마을풍경이다. 노란 산수유꽃이 계곡 주변 전체를 감싸고 있어 마을이 산수유꽃에 파묻혀 있는 듯 하다. 개나리와도 비슷한 산수유꽃이 아기자기한 꽃망울을 터트린 것을 보면 볼수록 아름답다. 아마도 이 산수유 꽃들은 한국에서 봄을 알리는 전령사들인가 보다. 겨울에서 갑자기 봄으로 바뀌는 계절이 신기하기도 하다.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는 말을 실감한다.

고향인 캐나다의 '레지나'는 평지만 있을 뿐 산도 없고 꽃도 구경하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날씨가 따뜻하고 예쁜 꽃들이 활짝 피는 한국의 봄은 축복이란 생각도 든다.

봄을 맞아 가족끼리, 친구끼리 놀러온 관광객들도 내겐 신선한 충격이다. 캐나다에서는 가족단위로 여행을 다니기보다는 주변 공원에서 한가로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똑같이 왔다가 시간이 되면 다같이 떠나는 것은 각자 자연을 만끽하는 개성을 없애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샛노란 산수유꽃을 뒤로 한 채 전북 남원시로 향했다. 점심은 광한루 인근의 5천 원짜리 한정식. 반찬이 무려 20여 가지나 나왔다. 된장찌개, 갈치구이, 계란찜 등은 먹으면 먹을수록 입맛을 당기게 한다. 웰빙음식이라는 된장도 구수하다. 된장의 향이 싫지않을 걸 보니 한국음식에도 제법 익숙해진 것 같다.

◆남원 광한루, 고령 딸기밭

남원의 춘향테마파크와 광한루에 도착했다. 남원의 첫 인상은 이야기도시라는 것이다. 온통 춘향이와 얽힌 관광지 뿐이다.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같은 이 이야기는 다소 황당한 듯 하지만 극적인 반전과 함께 흥미로운 소재들이 많이 등장해 재미있다. 곳곳에 이야기와 얽힌 주인공과 집, 관가 등이 등장한다.

특히 걸어서 공원 전체를 돌아보고 당시 상황을 재현해 체험까지 해보게 만들어놓은 것이 이색적이다. 동양적이고 여행을 함께하는 동료들과 얘기하며 걷기에도 좋다.

광한루는 지금까지 본 정원 중에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자연과 어우러진 정자와 연못, 다리 등은 절로 마음을 평화롭게 해준다. 캐나다에서도 아름다운 저택이 있고 정원을 잘 꾸며놓은 곳이 있지만 광한루엔 비할 바가 못된다. 단 한가지 아쉬운 점은 연못의 잉어들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를 너무 많이 먹어서인가 보다.

대구로 돌아오는 길에 경북 고령군 개진마을 딸기농장에 들렀다. 딸기따기 체험은 먹는 기쁨과 따는 즐거움을 동시에 주었다. 체험행사에 참여한 관광객들이 보물찾기를 하듯 딸기밭을 샅샅히 살피며 크고 좋은 딸기를 고르는 모습이 무척 흥미롭다. 딸기밭 주인은 마음껏 먹고 좋은 딸기만 따서 가지고 가라고 친절하게 딸기따는 요령을 가르쳐줬다.

90m에 이르는 딸기 비닐하우스에 들어가 1시간동안 실컷 딸기를 따먹는 체험은 상상하지 못한 여행이다. 온종일 노란 산수유 꽃을 보고 딸기까지 먹고 보니 언제 다시 한국에서 이런 여행을 할 수 있을까 싶다. 이래서 한국의 봄이 좋다.

조엘 티리(Joel Thiele.23.윈즈외국어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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