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을 다루는 의사가 되기보다 마음이 따뜻한 의사가 되길 바라는 소아과 의사 김은정(39) 씨.
오후 5시면 병원 문을 잠그고 IQ(지능지수)와 EQ(감성지수)의 함양을 위한 취미활동에 시간을 투자합니다. 의대 시절엔 방학을 이용해 경락 마사지, 피부 관리, 메이크업, 네일 아트를 배워 자격증을 땄고 레지던트 과정을 마치곤 국제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됐습니다.그리고 아토피전문 소아과를 개원한 후엔 이러한 외도(?)가 오히려 도움을 주더랍니다. 권위적인 의사 가운 대신 꽃무늬 재킷과 바지를 입고 환아를 대하는 그를 만나 멋 부리지 않고 '맛 부리는'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정크 푸드(junk food:칼로리는 높고 영양가는 낮은 저질의 인스턴트 식품)와 같은 잘못된 먹을거리가 득세하면 사람들에게 질병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우리 몸은 항상성(homeostasis:신체 내부의 체온, 화학적 성분 등이 평형을 유지하도록 조절하는 것)을 갖는데 공해와 오염된 먹을거리로 인해 이 항상성이 깨지면 병이 생긴다. 현대에 만연하는 알레르기성 질환과 아토피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때문에 자연친화적인 먹을거리의 섭취는 중요합니다. 중금속을 해독하는 등 푸른 생선이나 유기농 채소와 과일 속에 든 미네랄과 무기질 등은 생명유지에 없어선 안 될 미세영양소란 걸 잊어선 안되죠."
맛있는 식당을 꿰뚫고 있던 김씨가 채식주의자인 지인을 접대하려고 알게 된 채식전문식당 '보리수'도 이런 이유로 자주 찾는다. 시골 할머니가 차린 밥상을 닮은 이곳 식단은 먹고 나면 소화도 잘 될뿐더러 다음날 속도 편하다.
"자극적 음식에 약한 아토피 환아들에게 이곳 음식, 아니 이렇게 먹어 볼 것을 권하기도 합니다."
청정한 식단과 깨끗한 목욕, 병을 이기려는 긍정적인 생각이 아토피를 극복하는 지름길이라는 김씨의 치료개념과 코드가 맞기 때문이다. 음식은 색깔이 다양할수록 영양소 공급이 다양해진다. 제철 음식이라면 더더욱 좋다. 이른바 무지개식단이 최상의 밥상인 셈이다. 채소를 먹더라도 뿌리부터 이파리까지 통째로 먹는 것이 좋다. 새우도 껍질을 까지 말고 온 마리로 먹을 때 껍질 속에 든 키토산이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
"시금치만 해도 속성 재배한 것은 제 맛이 떨어지잖아요. 그런데 어릴 적부터 햄버거나 피자 등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바꾸기란 쉽지 않죠. 요즘은 배속 식성이 무덤까지 간다는 말이 있죠."
산모의 식성이 태아에게도 전해진다는 말이다. 김씨는 그래서 식성을 바꾸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아토피 환아에겐 당근과 채찍을 함께 쓴다.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꼭 오이 한 개를 먹을 것을 숙제로 낸다. 숙제검사도 잊지 않는다. 부모가 사진을 찍어 와야 한다. 숙제를 안 하면 박정하게 내친다. 이러면 부모들이 더 열성적으로 치료에 참여하게 된다.
김씨는 "정을 나누는 이 같은 토털 케어식 환자관리가 처음 오는 환아와 부모들을 당황케 하는 경우가 많다"며 웃었다. 수련의 시절, 손안에 쥘 듯한 작은 생명들이 꺼지는 것을 보고 너무 안타까워 이후로 신생아들에게 자주 말을 걸기 시작했다는 김씨는 "'마음의 알(기원)'을 빨리 발음하면 '말'이 된다"면서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있으면 환아들과 자주 대화를 갖는다고 했다.
◇보리수
대구 중구 봉산동 대구학원에서 제한 한의원 사이 골목에 있는 보리수는 채식전문식당. 웰빙식단이 주를 이루는 이 집은 인공 조리료를 일절 쓰지 않는다. 심지어 향이 강한 오신채도 잘 쓰지 않는다. 그 흔한 멸치 육수도 없다. 메뉴는 비빔밥, 영양돌솥밥, 보리수 정식 등 단출하지만 따라 나오는 10여 가지의 토속적인 찬을 보면 색깔이 다양하고 들, 산, 바다에서 나는 제철 식재료로 골고루 식단이 짜여져 있다. 조미료가 가미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마 부각, 삼색나물무침, 숙주나물 겨자무침 등 재료 본래의 담백한 맛을 잘 살려 조리한 점이 특징이다. 문의:053)421-7737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박순국 편집위원 toky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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