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어 교육전문가 과정' 수강생들의 '우리말 사랑'

"중국인 남편이 한국어 교육 전문가 과정을 제대로 마치고 돌아오면 장학금을 준다고 약속했어요."

지난달 26일 경북대 인문대 한 강의실. 외국 유학생, 외국 거주 한국인, 직장인, 시민단체 대표 등 한 무리의 수강생들이 몰려 나왔다. 많지 않은 수강생들이지만 다양한 이력을 지닌 이들이 듣는 수업은 경북대 국어생활상담소가 개설한 '한국어 교육 전문가 과정'이다.

중국인과 결혼, 베이징에서 살고 있던 곽진(33) 씨는 아이를 낳기 위해 친정인 대구에서 잠시 머무르다 강의를 듣고 있다.

"남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또 한번 잘못 가르친 것은 고치기가 힘들어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고 싶었어요."

곽 씨는 곧 태어날 2세에게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배울 생각이다.

일본 유학생 후쿠도미 아스카(29·경북대 대학원)씨. "많은 일본인들이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해요.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는 부모님과 친구들의 성화때문에 지원하게 됐어요."

아스카씨는 일본으로 돌아가면 한국말과 문화를 알리는 전도사를 꿈꾸고 있다.

오미경(49·남부새교육시민모임 대표)씨와 류현희(33·사회복지사) 씨는 외국인들을 접촉하면서 이 과정을 듣게 됐다. "임금이 체불되고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외국 노동자들이 항의할 길이 없죠. 국제결혼이 늘면서 2세를 제대로 교육할 수 없는 외국 엄마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입니다."

오씨와 류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한국어 습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이들을 돕기 위해 우리말을 새로 배우고 있다.

고전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서혜은(28) 씨는 "늘어나는 외국 학생들을 보면서 강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 한국어 교육 전문가 과정을 듣게 됐다."고 했고 관광안내소에서 일본어 통역을 하는 정유진(29) 씨는 우리 말로 한국 문화를 알리고 싶어 이 과정을 듣게 됐다고.

직장인 수강생(29) 이지예씨는 "우리 말과 글을 천대하는 풍조가 있지만 한국어 과정을 열심히 듣는 동료들을 보면 새삼 우리 말과 글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공포된 '국어기본법'에 따라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려면 한국어 교육 능력 검정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120시간의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이춘수기자 zap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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