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에 완장찬 '감시자'가 아니라 주민들의 '참여'를 북돋우는 '공명선거 도우미'입니다."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5·31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청정 선거로 이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부정선거 감시단'이 그 주인공. 퇴직 공무원이나 전업주부, 학생 등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된 이들은 선거 운동 현장을 누비며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여성 특유의 세심함과 적극적인 '아줌마 정신'으로 무장한 주부들의 활약은 괄목할 만 하다.
대구 북구 부정선거감시단원으로 활동중인 이경숙(46·북구 구암동), 신성애(39·북구 태전2동), 권미경(42·북구 태전동), 이정숙(39·북구 동천동) 씨 등도 전업 주부이자 감시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불법 감시 현장에 뛰어든 이들은 지금까지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 현장을 따라다니며 법에 어긋난 선거운동을 감시해 왔다. 후보자등록이 마감되고 18일부터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면 이들의 역할도 더욱 커지게 된다.
1년전부터 식품 부정감시단원으로 활동해왔다는 이경숙 씨는 "시민 의식은 크게 나아졌지만 정작 선거에 나선 후보자들의 인식은 아직 부족한 편"이라고 했다. 특히 예비후보자 선거운동 기간에 현수막을 법적으로 정해진 갯수 이상 내걸거나 명함을 나눠줄수 없는 선거운동원이 명함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이 씨는 "지난 14일에는 주민 체육대회에서 명함을 돌리면 안되는 선거운동원을 한 눈에 잡아냈죠. 제가 맡은 지역의 예비후보자들의 면면을 머릿속에 훤히 담아둔 덕분이었어요."
대구 북구선거관리위원회 자원 봉사단원으로 일했다는 신성애(39) 씨는 "예비후보자들이 노골적이고 감정적으로 싫어하는 표시를 내는 경우도 많아서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털어 놓았다. 이정숙 씨는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 비해 선거구마다 후보자들이 난립,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소한 선거법 위반 사항도 적발하다 보니 후보자 측과 갈등을 빚는 일도 적지않다. 권미경 씨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음료수가 큰 상자로 들어오는 것도 '기증'으로 치부, 금지돼 있어요. 이를 제지하다가 선거사무소와 당 관계자하고도 심한 말싸움을 벌어야 했죠."라고 했다.
이경숙 씨는 주민축제에 마련된 행사에서 후보자들과 마찰을 빚었다고 전했다. 한 주민축제에서 마련된 '마음대로 붓글씨 쓰기' 이벤트에서 모 기초의원 후보자가 자신의 직함과 이름을 크게 써넣는 것을 제지했다가 주최측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것. 결국 당사자를 직접 데려와 글씨가 쓰인 종이를 떼어내는 촌극까지 벌였다고.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선거운동도 골치였다고 했다. 신성애 씨는 "한 기초의원 예비후보는 정해진 갯수 이상 붙이지 못하게 돼 있는 현수막을 감시단원이 오면 떼는 척했다가 돌아가면 다시 붙이길 무려 3번이나 반복하더군요. 결국 검찰에 고발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은 뒤에야 떼어내더라구요."라고 말했다.
이들은 단순한 감시자가 아니다. 주민들과 가족들을 위한 선거홍보 도우미로도 변신하고 있는 것. 특히 이번 선거는 대구시장과 구·군 기초자치단체장, 광역의원, 기초의원 선거에다 비례대표까지 무려 6장의 선거용지가 나오는데다 사상 처음으로 중선거구제까지 도입, 유권자들이 혼란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
이정숙 씨는 "번호로 사람을 외우는 '까막눈' 노인들에게 투표요령에 대해 틈틈이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 이정숙 씨는 "부정선거 감시단원을 한 덕분에 남편과 아이들도 선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선거라면 돌아보지도 않던 남편이 관련뉴스를 유심히 보고 아이들이 5.31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귀를 쫑긋 세우는 게 신기하다."고 들려주었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각오도 남다르다. "'큰 도둑은 놓치고 작은 도둑만 잡는다.'며 질책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 분들께는 '바늘도둑이 소 도둑된다.'는 속담을 꼭 들려드리죠. 저희들이 있는 한 어떤 도둑도 발 붙일 곳이 없을 겁니다." 이들의 각오가 남다른 요즘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