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샐러리맨의 고단한 얼굴'

…갤러리M '故구본주 조각展'

샐러리맨, 회사생활에 얽매여 정신없이 살다 보면 어느덧 가족과도 소원해지고, 청춘을 바쳐 일하던 회사에서도 '한 눈 팔면 도태된다.'는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는 그들.

28일까지 갤러리M(053-745-4244)에서 열리는 '샐러리맨의 일상 - 故구본주 조각전'의 작품은 바로 그런 샐러리맨들에 대한 헌사에 다름 아니다. '배대리 시리즈'와 '미스터 리 시리즈'가 담고 있는 도시 노동자의 고단한 삶의 표정들은 그 현실을 풍자적으로 나타낸다.

'배대리의 여백'은 바로 하나의 거대한 공장같은 산업사회 속에서 배대리가 처한 현실을 대변한다. '위기의식'을 느낀 배대리는 누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벽에 기댄 채 엿들을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눈칫밥 30년'을 먹은 이마엔 주름살이 가득한 채 눈을 굴린다.

IMF 사태가 터지자 '이게 웬 날벼락'이라며 온 몸에 힘이 빠져 결국 '위기의식 속에 빠진 그는' 목을 길게 늘어뜨린 채 자신이 갈 곳을 찾기에 여념이 없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샐러리맨 '미스터 리'는 항상 달린다. 그것도 우스꽝스럽게. 만화 속 캐릭터가 된 것처럼 얼굴을 쭉 내민 채 길게 팔다리를 휘저으며 앞을 향해 달린다.

예술이 추구하는 것은 관객과의 소통임을 강조하며 당대 현실을 뛰어난 조형성과 스케일, 재료를 제압하는 힘으로 명확하게 전달했던 구 씨는 그의 작품들을 벽에 붙이고, 천장에 매달고, 기둥이나 구석의 벽에 기대는 입체적 설치 방법을 썼다. 이로써 동과 철, 나무 등의 다양한 재료의 느낌이 살고 설치를 통한 주제 표현을 효과적으로 살리고 있다.

"샐러리맨 아버지들을 은하수처럼 별의 무리가 되어 사람들이 그들을 우러러보게 만든다."는 의도에서 제작하던 마지막 유작 '별이 되다'는 300여 개(원작은 1천 개)의 미스터 리가 천장에 매달린 작품. '파랑새'와 '별이 되다' 등의 작품은 암울한 현실 속 한 줄기 희망을 이야기한다. 2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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