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동정보대 평생교육원 박소경 원장과 청맥식당

우리네 전통음식은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듭니다. 삶을 것은 푹 삶아야 하고 찔 것은 오래 쪄야 제 맛을 내기 때문이죠. 게다가 갖은 장아찌를 포함한 밑반찬과 된장, 고추장 등 장류 장만이며 제철 음식을 만들려면 시쳇말로 부엌에서 살다시피 해야 합니다. 여성의 사회활동이 많은 요즘 같은 시대엔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그러나 옛날 어머니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자식과 남편의 건강이 내 손에 달렸기에 재료 하나하나 허투루 손질하는 법이 없었죠.

경동정보대 평생교육원 박소경(56) 원장은 이같은 어머니 마음과 정성이 담뿍 깃든 음식이 아이를 건강하게 키운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방금 학교를 파한 아이에게 차안에서 시중에 파는 김밥 한 줄을 먹인 뒤 곧바로 학원으로 데려다 주던 엄마를 보고 놀란 적이 있어요."

소아과 개업의로서 11년간 임상현장에서 소아들이 어떤 사랑을 원하는 지를 잘 알고 있는 박 원장에게 그 엄마의 자식사랑은 너무 시류에 편승한 뒤틀린 애정에 불과했다. 소아에겐 그에 맞는 눈높이 사랑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지극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는 아이들에게서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아토피가 더 많이 생기는 경우를 봤어요."

이것은 다시 말해 최근 늘고 있는 소아비만, 알러지성 아토피, 천식 등이 결국은 왜곡된 애정 탓이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이런 점에서 박 원장이 고래도 춤추게 할 만큼 칭찬을 아끼지 않는 곳이 한식전문 '청맥식당'.

"재료손질에서 조리법까지 이 집은 전형적인 가정식 한식의 표준입니다. 김과 불고기도 꼭 연탄 석쇠에 굽고 철마다 제철 음식을 내는 것은 물론 밥도 손님이 올 때마다 바로 지어냅니다. 미리 해 둔 밥과는 맛과 영양에서 천양지차가 납니다."

단순히 밥 장사 하는 집이 아니라 장 보기부터 재료 손질, 음식 맛내기 등이 그야말로 정성을 다해 차려낸다는 게 박 원장이 이 집을 추천하는 이유이다. 최선을 다하는 주인의 태도가 '자신이 하는 일엔 늘 최선을 다 한다.'는 그의 좌우명과도 맞아떨어진다.

1996년부터 간호학과 학생들을 상대로 해부생리학을 강의하는 그가 보다 나은 교수법 개발과 학습동기 부여를 위해 지천명의 나이를 넘어 심리학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점과도 일맥상통한다.

"개업시절 하루에 최고 350여 명의 소아들을 진료하면서도 '내 아이만은'이라는 생각은 없었고 그저 건강하게 자라주기만 바랐죠. 지나친 애정이 오히려 아이들을 망칠 수 있어 경계했지만 음식만을 신경 써 먹였어요."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은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보다 잘 먹고 잘 뛰어 노는 것이 최고라는 것. 운동할 시간도 주고 부모가 함께 즐기는 시간을 되도록 많이 공유하면 소아비만, 아토피, 천식 등 알러지성 질환의 발생은 현저히 줄어든다.

또 너무 자기 자식만을 위하기보다 내 아이가 사랑스러운 만큼 남의 아이들도 같이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한다면 훨씬 아이의 원만한 인격형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박 원장의 육아 지론이다.

"거리나 문화현장을 가보면 유치원 교사 1명에 20~30명의 아이들을 통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어 현장에서 아이들을 인솔해보면 눈높이가 낮아지면서 내 아이에 대한 이해도 넓힐 수 있는 것 아니겠어요."

함께 하는 공동체 정신과 엄마손 음식, 경쟁을 부추기는 강요가 아닌, 마음으로 전하는 사랑보다 내 아이의 뼈와 살을 튼튼하게 하는 것은 없다. 몸은 천부적으로 균형을 유지하려는 항상성을 지닌다. 질병이나 알러지는 이 항상성이 무너졌을 때 나타난다.

"바쁜 요즘 엄마들은 흔히 뚜렷한 주관 없이 주변 말만 듣고 교육이나 육아의 지침으로 삼는데 그게 아이들에겐 커다란 스트레스입니다."

◇청맥식당

대구 중구 삼덕 3가 방천시장 건너편 동부교회 주차장 앞에 있는 한식당 청맥식당은 주인 김정숙씨의 남다른 음식솜씨와 부지런함으로 인해 고정단골이 많은 식당들 중 한 곳이다.

주인 김씨는 부엌에서 직접 음식을 장만하는 것을 천직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어머니 손맛에 버금가는 맛깔스런 음식들과 갓 지은 밥은 한결같은 정성과 맛을 느끼게 한다.

계절에 맞춘 장아찌를 비롯한 밑반찬이 빠지지 않고 장떡, 호박전, 생선구이와 된장찌개 등 20여 가지로 제공되는 정갈한 상차림은 많은 이들의 호평을 얻고 있다.

고객이 원하면 대구탕, 송이밥 등 특별히 입맛 나는 제철음식도 올려진다.

문의:053)424-7179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작성일: 2006년 06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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