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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생생 여햄체험] 순창 강천산·담양 대나무공원

한국에 온 지 2년 6개월. 전세계 30개국을 둘러볼 정도로 많이 다녔지만 한국의 자연을 만끽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 매일신문 '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참가는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를 가보는 만큼 의미가 컸다. 이번 여행은 문화기행 사계 테마투어(www.sagetour.com)와 함께 떠나는 '아찔한 강천산 구름다리와 초록산소 담양 대숲'이었다.

그동안 대구에서만 살다보니 전라도 쪽으로는 갈 기회가 많지 않았다. 게다가 높진 않지만 강천산 등산도 할 수 있다니 기쁨은 두 배. 4일 오전 7시 성서 홈플러스에서 출발해 3시간여 만에 전남 순창군 강천산 군립공원에 도착했다.

산 입구에서 30분 정도 걸어들어가자 아름다운 자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병풍폭포는 넓게 떨어지는 폭포수였다. 가슴까지 시원했다. 아늑한 곳에 자리잡은 절 '강천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구름다리, 구장군폭포의 아름다움은 말할 나위가 없었다. 아찔한 구름다리를 건널 때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조금 겁이 나기도 했지만 주변 경치를 보자 '와!'라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아일랜드에서도 산 위에 놓인 구름다리가 있다. 하지만 이처럼 높지 않을 뿐더러 흔들리지도 않기 때문에 공포감이 덜하다. 아직 한번도 번지점프를 못한 이유도 높은 곳을 무서워하기 때문.

강천산의 아름다운 경관에 홀려버린 탓일까? 문제가 발생했다. 오후 2시까지 돌아와야 했는데 무리하게 '북바위'라는 곳까지 올라가버린 것. 함께 간 여행객들과 떨어져 4시간이나 걸리는 정상부까지 오르다보니 30분정도 늦었다. 기다린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지각 때문에 점심식사도 못했지만 평생 있지 못할 좋은 풍경을 감상하고 와 뿌듯했다.

강천산 구경을 마치고 이동한 장소는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전남 담양군 대나무 테마공원. 한국의 사군자 중 하나라는 대나무가 한 고을 전체에 쭉쭉 뻗어있었다. 아일랜드에서는 볼 수 없는 나무인지라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지난해 말 베트남 여행에서 대나무 숲을 본 적이 있긴 하지만 이곳처럼 대나무의 연두빛 색깔이 아름답지 않았다. 영화 '다모', '청풍명월', 드라마 '여름향기'의 촬영지라고도 적혀 있었다. 대나무 숲 한 곳에는 '전설의 고향'이라는 한국판 공포 드라마를 촬영한 한 세트장이 있었다. 초가집과 대다무 숲은 보기만 해도 공포감이 감돌았다.

대나무테마공원은 총 3만 평에 이르는 넓은 곳에 1만여 평의 대숲이 3곳으로 나뉘어 있었다. 걸으면서 삼림욕까지 할 수 있어 한국적인 테마공원의 진수를 느낄 수 있었다. 대나무 테마공원을 둘러본 뒤엔 한국 전통식당에서 파전과 동동주를 한 잔 시켜먹기도 했다. 와인을 숙성시키듯 쌀을 발효시켜만든 동동주는 달콤하기도 하면서 약간 쓴맛도 느끼게 해줬다. 주변 한국사람을 보고 "캬~"라고 따라해보기도 했다. 점심도 먹지 못했던 터라 안주인 대잎 파전을 맛있게 먹었다.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이제껏 본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길인 '메타쉐콰이어 길'. 30~40m까지 자란 이 나무는 호젓한 길 양쪽편으로 늘어서 드라이브 길 뿐만 아니라 산책로로도 적합한 곳이었다. 한국적이지 않다는 게 아쉬웠다. 10분 정도밖에 시간이 없어 함께 간 일행들과 사진만 찍고 대구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실었다.

션 아헌(27.대구시 북구 침산동 GNB학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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