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현충일 추념사에서 "분열을 끝내고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독선과 아집, 배제와 타도는 민주주의의 적이자 역사 발전의 장애물"이라고 말했다. 아주 지당한 말씀이다. 시비 걸 것도 없는 명확한 문제의식이다. 그런데 같은 내용의 말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전달력이 달라지고 메시지의 감동이 있고 없고 한다.
어제 대통령의 말을 전해 들은 많은 국민은 어리둥절했다. 국민을 향해 언급한 분열'독선'아집 따위는 정작 이 정권에 딱지처럼 따라붙는 단어들이기 때문이다. 이 정권은 '민주' '평화' '개혁'을 독점한 것처럼 행세하면서 지지세력이 아니면 경계를 짓고, 최근에는 양극화를 내세워 모든 문제를 극단화하고 편을 갈랐지 않은가. 증세 정책도 상위 20%를 쥐어짜기 때문에 80% 국민은 걱정 말라는 식 아닌가. 우리 사회의 분열은 거기에서 싹트고 깊어졌다고 보는 게 일반적 상식이다. 열린우리당 스스로도 지방선거의 참패는 그런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 진단했으니 이의를 달 것도 없다.
대선에서 불과 1.8% 차이로 승리한 대통령이 지난 3년 동안 그 반대에 섰던 사람들을 얼마나 포용하고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려 했는지 본인이 잘 알 것이다. 국민 통합을 내세워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통령은 야당과는 얼마큼 타협의 정치를 해 왔는가. 항상 자신만이 옳고 상대는 부정하며 가르쳐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아집의 정치를 해 온 기억들 외에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정치는 말이 전부라 할 수 있다. 특히 최고통치자는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소리가 나와서는 권위가 서지 않는다.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으려면 자신에 덧 씌워진 이미지가 무엇인지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힘이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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