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60) 서대구농협 조합장은 대구 서구 평리4동에 있는 농협 앞 육교를 볼 때마다 부아가 치민다.
"10년이 넘은 것이지만 볼 때마다 이 육교가 왜 아직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하루빨리 육교를 없애고 횡단보도를 설치, 저 같은 늙은이들도 숨을 헐떡이지 않고 길을 건너도록 해야하는데…. 육교를 없애달라고 수차례 행정기관에 건의해도 감감무소식입니다."
서대구농협 앞 부근 주민들이 "육교를 없애달라."는 민원을 대구 서구청 등에 제기한 것을 비롯해 '이제는 육교를 없앨 때'라는 목소리가 번지고 있다.
특히 부산시가 160여 개에 달하는 육교를 점차 줄이기로 하는 등 전국 각 지자체마다 '걷는 사람이 우선'이라는 교통정책을 세우고 있는 것.
하지만 대구시는 여전히 육교 철거에 소극적이다.
지난 1973년 신암육교(동구)와 대현육교(북구)가 대구에 '육교시대'를 연 이후 대구에는 모두 54개의 육교가 만들어졌다. 지난 2004년 달성군 본리에 설치된 육교가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것으로 최근엔 육교설치가 뜸해졌다.
하지만 지난 2002년 이후 철거된 육교는 동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올 1월 철거) 육교와 북구 태전동 보건전문대 동편 태전제1육교 등 단 2개뿐이다.
정병두 계명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올해 초부터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편의증진법'이 시행되는 등 25%에 가까운 교통약자의 입장에서 보면 육교는 첫 번째 정비대상"이라며 "전국적으로 육교, 지하도를 없애는 추세인 것을 감안하면 대구시가 이를 적극 검토하지 않고 방치한다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대구시는 육교 철거를 위해서는 교통영향평가와 함께 그 자리에 횡단보도 설치 문제가 먼저 논의돼야하는데 이 부분 해결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횡단보도를 긋기 위해서는 대구경찰청 교통규제심의위원회 의결이 필요한 점 등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
대구시 교통정책과 관계자는 "서대구농협 앞 육교는 육교에서 약 2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횡단보도가 있어 철거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며 "최근에는 보행환경을 고려해 신설도로에 되도록 육교를 설치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