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야, 지난 현충일에는 호국선열들을 기리며 조용히 보내었는지 궁금하구나. 그 날은 나라를 위해 몸바친 분들께 조용히 제사지내는 날이었지. 그런데 그 날 월드컵 축구 때문에 몹시 요란하였지. 사실 월드컵 축구도 중요하지만 현충일이 더 중요한데 말이야.
해마다 현충일이 되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떠오른단다.
지금부터 한 삼십여 년 전의 일이란다.
몹시 사랑하던 남녀가 있었단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는 군대에 가게 되었고, 집이 가난했던 남자는 급기야 월남전에 참전하게 되었단다.
"잘 갔다오겠소. 돌아와서 결혼합시다."
"몸조심해요. 거기는 전쟁터입니다."
"걱정 마시오."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를 위험한 월남전에 보내 놓고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렸지. 날마다 두 손을 모은 채 기도를 올리곤 하였대.
그런데 남자는 그만 큰 부상을 입고 말았단다. 조금만 참으면 사랑하는 여자가 있는 고국에 돌아가리라는 한 가지 생각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넘기던 중 그만 지뢰의 파편을 맞은 것이지.
함께 정찰을 하던 병사가 밟은 지뢰가 폭발하는 바람에 남자는 결국 두 다리를 잘라내어야만 했단다.
'아, 이런 모습으로 어떻게 그녀 앞에 나타난단 말인가? 이런 모습으로 그녀를 힘들게 하느니, 차라리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이 되는 게 더 나아.'
남자는 굳은 결심을 하고 친구에게 부탁하여 고국에 있는 여자에게 전사하였다는 편지를 보내게 하였단다. 여자는 울며불며 야단이 났단다.
그 뒤, 남자는 치료를 마치고 휠체어를 탄 채 그토록 그리워했던 고국으로 돌아왔지. 그리고는 혹시 여자의 눈에 띨까 숨어살았단다.
몇 해가 지난 다음 남자는 그녀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었지.
'그래, 나를 잊어버리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바래.'
남자는 마음이 아팠지만 그녀가 행복해진다는 것에 기뻐했지.
그렇지만 남자는 사랑하는 그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보고 싶어서 멀리서나마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려고 여자의 집으로 찾아갔단다.
'아니, 이럴 수가!'
남자는 깜짝 놀랐지. 멀찍이 골목길에서 여자의 집 대문을 지켜보고 있으려니 그녀가 휠체어를 밀고 나오는 것이었어. 휠체어에는 머리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지. 여자는 월남전에서 전사한 사랑하던 애인을 생각하며 그 전쟁에서 양팔과 양다리를 잃고 눈까지 다친 남자를 남편으로 맞이하여 살아가고 있었던 거야.
남자는 눈물을 흘렸지.
'그래, 저 친구는 나보다 더 힘드니까…….'
남자는 다시 한번 여자의 행복을 빌며 돌아섰단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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