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축제, 월드컵의 중반전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매 경기마다 새로운 스타들도 잇따라 뜨고 있다.
슈바인스타이거, 베른트 슈나이더(독일), 페르난도 토레스, 호세 레예스(스페인) 카를로스 파레데스(파라과이)… 등. 대부분 생소하고 낯선 외국 이름들이라 중계 방송의 자막을 보고 있어도 아프리카나 중남미 쪽 선수들의 성씨와 이름은 도무지 머리에 쉬 들어오질 않는다.
더구나 생김새까지 그 선수가 그 선수 같고 비슷비슷해서 우리에게는 '이천수'나 '안정환'식으로 읽히지 않는다.
며칠 전엔 문화 류(柳)씨 문중 원로 한 분이 호적상 성(姓)씨를 '유'씨로 제한한 것을 '류'로 표기할 수 있게 하라는 소송에서 승소했다는데 월드컵을 경기외적인 재미로도 즐겨 보는 의미에서 월드컵 출전국들의 성(姓)씨 이야기를 훑어보자. 이태리'프랑스 등 유럽 국가 등에서 체계적으로 성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로마제국 붕괴 이후로 중세 들어서 영주나 귀족들이 돈을 받고 평민들에게 성(姓)을 파는 관습이 유행했다고 한다.
당시 사고판 성씨의 값도 글자 뜻에 따라 차이가 났다.
독일 경우 싸구려로 산 성은 슈반츠(꼬리)나 슈무츠(먼지) 같은 하찮은 것이었고 조금 비싸게 주면 볼프(늑대)나 아돌프(고상한 늑대) 같은 성을 살 수 있었다.
가장 비싼 성은 로젠베르크(장미의 산) 같은 것이었다는데 이번 월드컵 선수로 출전한 슈바인스타이거 선수 이름은 '돼지'(슈바인) '교미 붙이는 사람'(스타이거)이란 뜻이 되니까 중세 때 산 이름이라면 값비싼 성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프리카 가나는 우기(雨期) 때 태어난 아기는 '비'로 짓고 메뚜기의 습격이 있었을 때 태어나면 '메뚜기', 아버지가 이웃과 싸웠을 때 산모가 아이를 낳으면 '싸움'으로 짓는다고 한다. 특별한 자연현상, 사건이 있으면 계속 새로운 이름을 더 짓기도 해서 일평생 10여 개의 이름을 갖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체코를 2대 0으로 이긴 가나 선수들 이름 중에도 '메뚜기'가 있는지 못 알아봤지만 메뚜기처럼 잘 뛴 탓에 FIFA랭킹 2위의 강호 체코팀을 깰 수 있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스페인이나 식민지였던 중남미국가들 경우 이름에다 아버지 성을 뒤에 붙이고 다시 그 뒤에 어머니 성을 덧붙여 세 가지 단어가 합쳐져 전체 이름이 된다.
아르헨티나의 중원의 마법사 후안 로만 리켈메 선수 경우 후안은 이름이고 로만은 아버지성 리켈메는 어머니 성이다.
일본 선수 경우는 익히 아는 대로 대부분의 성은 다나카(田中), 야마시타(山下)등 두 글자로 된 복성(複姓)이다. 일본 성씨가 두글자로 된 것은 '을지문덕'이나 '흑치상지' 같은 복성을 가진 고구려나 백제의 망명 귀족 성씨에서 전파된 것으로도 추정된다.
집이 밭(田) 가운데(中)에 있으면 '다나카'로 지어 주고 산(山) 밑(下)에 살면 '야마시타'로 유치스럽게 지어준 것이란 설도 있다. 그런 작명설이 맞다면 어젯밤 크로아티아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골키퍼 가와구치(川口)선수는 조상이 냇가 입구 동네에 살다가 얻은 성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골 입구를 막는 골키퍼 성씨로는 걸맞은 셈이 됐다. 그 밖에도 이번 월드컵 스타들의 이름을 풀어 보면 코믹한 성씨가 적지 않다. 에콰도르의 아구스틴 델가도 선수의 '델가도'는 '홀쭉한, 여윈'이란 뜻이지만 1m88㎝ 키에 89㎏의 거구로 쐐기골을 넣었고 스위스의 수비수 파트리크 뮐러는 '방앗간 주인'이란 뜻인데 우리 조재진 선수 별명이 참새 아닌 '황새'니까 24일 스위스전에서 방앗간 주인 수비수를 뚫고 벼 이삭 두어 개쯤 건질는지 기대(?)해 보자. 오늘 새벽 강적 프랑스와 비겨 낸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응원전의 가장 멋진 이름인 '대~한민국'의 함성 속에 스위스전을 뛰어넘어8강, 4강으로 날아오르기를 성원하고 기대한다.
김정길 명예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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