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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가 우리의 희망!"…병상의 붉은 악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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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때부터 근육병을 앓던 명경(10·경북 청도군)이는 최근 또다시 병이 악화, 영남대병원 어린이 병동에 일주일째 입원중이다.

명경이는 현재 근육병 외에 뇌수막염과 폐렴을 동시에 앓고 있어 제대로 걷지도, 말도 못한다. 하지만 명경이는 병마와의 힘든 싸움에서 용기를 낸다고 했다. 월드컵 때문이다.

"너무 아파서 프랑스전은 못 봤고요, 토고전은 봤는데 너무 신났어요." 근육병 때문에 밝은 미소 한번 지을수 없는 명경이. 축구를 보면서 '희망'을 품는다고 좋아했다.

월드컵 16강을 기원하는 열풍이 병상에도 불고 있다. 병마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태극전사의 활약을 보면서 "나을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진다고 입을 모았다.

영남대병원 소아병동에서 제일 맏형으로 뇌수막염을 앓고 있는 신봉기(16·경북 칠곡군) 군은 최근 병원에서 가장 밝은 표정을 한 환자로 불린다.

"매점에 있는 큰 TV로 경기보면서 응원했어요. 골이 들어갈 땐 아픈 것도 잊고 소리 지르고 껴안고, 난리를 쳤습니다." 연신 함박미소를 지으며 병동을 돌아다닌다는 신 군.

"한국은 스위스를 1대 0으로 이길겁니다. 한국 대표팀의 저력이 있는데 당연히 이깁니다." 신 군은 한국 대표팀의 승리를 장담했다.

대구 동산병원. 이 곳은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을 우려, 외래 로비와 병실입구 로비에 대형 TV를 설치하고 의자까지 비치해 응원장소를 따로 만들었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이 축구경기 시청을 위해 몰려 곳곳에서 혼잡을 빚을 정도.

회사에서 일을 하다 다리 두 쪽 모두를 크게 다쳐 이 곳에 입원했다는 박선휴(45·대구 북구 노원동) 씨는 새벽이면 어김없이 휠체어를 타고 로비로 내려간다고 했다.

"평소 자주 찾아오던 통증이 거짓말처럼 사라져 경기보는 내내 몸이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습니다." 박 씨는 축구가 최고의 치료약이라고 말했다.

그의 옆에서 간호하는 부인 이명래(40) 씨 역시 남편의 이런 모습이 신난다고 기뻐했다. 치료에 지쳐 힘들어하던 남편이 축구를 통해 활기를 되찾아 자신 역시 남편 간병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는 것.

동산의료원 이명수 홍보팀장은 "월드컵을 통해 용기를 내는 환자들이 너무 많다."며 "환자들의 쾌유를 위해서라도 우리 태극전사들이 반드시 16강 벽을 넘어야할 것"이라고 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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