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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박순남 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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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박순남

그해 여름

남자는 전쟁에서 돌아오지 않았다

낯선 생(生)으로 모판의 모처럼 옮겨진 채

땡볕 쏟아지는 논에서 피를 뽑던 그녀

유산으로 남겨진 딸 셋

청산할 수 없는 부채(負債)처럼 끌어안으며

생솔 아궁이에 밀어 넣던 저녁이면

눈물과 땀에 절여지던 스물여섯 청상(靑孀)

굶주린 짐승처럼 산과 들을 헤매다 돌아와

제비 같은 새끼들 가슴에 품으면

잿더미 속 잔불처럼 따뜻해지던 몸

장독대 석류꽃은 핏빛으로 흩어지고

그렇게 뜨거운 여름이 가고 있었다

그해(1950년) 여름은 잔인했다. 그해 여름의 젊은이들은 죽음과 맞서야 했다. 조국의 이름으로 이름 없이 사라져야 했다. 그렇게 사라진 젊은이들이 남긴 유산은 눈물과 고통이었다. 씻지 못할 한(恨)이었다. 느닷없이 청상(靑孀)이 된 아낙은 '낯선 생(生)'을 처음 살아야 했다. 남편 대신 '땡볕 쏟아지는 논에서 피를 뽑'아야 했고 '애비 없는 자식'을 거두어야 했다.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굶주린 짐승처럼 산과 들을 헤매'야 했다. 이처럼 이십대, 새 색시 시절을 '굶주린 짐승처럼' 살아야 했다. 그렇게 국가가, 이념이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던 역사가 있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유월을 잊지 못하고 잊을 수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구석본(시인)

※ 지난 6월 24일 대구문인협회의 '대구시민백일장' 장원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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