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콩 구워 먹고 달걀밥 해먹던 모닥불

내가 어릴 때는 장난감이라곤 별로 없던 시절이고, 모두들 농사가 주업이라 여름이면 바빠서 부모님들은 우리들을 돌볼 틈이 전혀 없었던 것 같다.

동네 아이들도 모두 같은 처지라 여름이면 동네 못에 가 수영하며 놀고, 산에 올라가 매미 잡고 그랬던 것 같다.

우리 동네 앞에는 큰 못이 있었는데,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모여 못이 되었다. 농사철에는 농업용수로도 사용했지만 아이들은 거기서 주로 수영하고 멱감고 그랬다.

실컷 물놀이를 하고 나면 배가 고픈지라 주위에 떨어진 나뭇조각을 모아 모닥불을 피워놓고, 콩도 구워 먹고, 달걀밥도 해먹었다.

어른들은 이런 우리들에게 불장난하면 오줌싼다고 매번 야단하셨지만 매번 그렇게 몰래 불을 피우며 놀았던 것 같다.

콩 대째로 불에 넣어 구워먹는 것도 맛이 일품이었지만, 양계장 하는 친구가 가끔 가지고 오는 달걀에 쌀을 넣어 해먹는 달걀밥은 서로 먹어보려 다투는 먹거리였다.

모닥불에서 구운 달걀밥은 어머님이 아궁이에 넣어 해주는 달걀밥만은 못해도 정말 최고의 간식이었던 것 같다.

옛 생각에 지금 그때처럼 모닥불에 달걀밥을 해먹어도 그 맛이 나지 않는 걸 보면 그때의 친구들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이처럼 어린 시절의 모닥불은 우리에게 항상 추억이란 두 글자로 남아있는 듯하다.

송경진(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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