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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권의 책)이젠 비밀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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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를 인정하면 차별은 사라집니다.'

공익광고의 문구를 보면서 잠시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차이가 있으면 차별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 어느 쪽이 더 정당한지에 대해 판단이 쉽게 내려지지 않았다. 차이와 차별의 개념 구분마저 모호해지는 기분이었다.

사람을 차별할 수 있는 차이로 어떤 게 있을까. 생각을 모아나가니 마지막에는 한 가지 정도만 남았다. 인간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가치, 가령 폭력이나 파괴 같은 악(惡)이라면 차별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마저 뛰어넘을 수 있다면 이미 세속의 굴레를 벗어난 경지이리라.

하지만 세상에는 차이로 인한 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 어떤 것이 당연시되고 어떤 것이 금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만 다를 뿐 어느 나라에든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이를 한꺼번에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성인(聖人)이 되라고 요구하는 것만큼 어렵다. 우리는 아직도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생긴 차이, 즉 피부색이나 국적, 출신지 따위를 두고도 차별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은가.

그 가운데 요즘 자주 거론되는 문제가 입양이다. 우리나라 해외 입양의 역사는 이미 50년이 넘었으니 입양아에 대한 차별은 새삼스런 일도 아니다. 최근의 이야기들은 입양 가정에 대한 편견, 입양 가족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없애야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책 '이젠 비밀이 아니야'는 입양에 얽힌 네 개의 이야기를 엮는 동화집이다. 입양 가족, 입양아와 일반인의 차이를 인정할 수 있는 범위로 끌어들여 편견과 고정관념을 깼으면 하는 뜻이 담긴 이야기들이다. 공개입양의 필요성과 가족 모델, 입양 가족 내부의 갈등, 입양 부부의 고뇌, 공개입양을 꺼리는 현실이 각각의 주제다.

깊이 들여다보면 우리가 차별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섬세한 부분까지 다룬다. 마흔 일곱에 아이를 입양한 아버지에게 연신 "존경합니다.", "훌륭하십니다."를 연발하는 삼십대가 우리의 자화상일 수 있고, 입양 사실을 비밀로 하고 싶은 부부의 모습이 우리 자신일 수도 있다. 아이와 주위 사람들에게 입양 사실을 자연스레 이야기하고, 입양으로 인한 부부 혹은 부모자식 간의 갈등을 거뜬히 이겨내는 주인공들을 그저 동화 속의 사람들로 치부하는 게 우리의 정서일 수 있다.

책을 읽고 나니 차별이라는 건 결국 차이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어야 극복할 수 있다는 평범한 답이 나왔다. 우리 모두가 성인이 될 순 없다고 해도 한 번쯤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세상을 보려는 노력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 하다 보면 세상이 좀 더 평화로워지지 않을까.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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