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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습관의 역사

습관의 역사/피터 콜릿 지음/ 이윤식 옮김/ 추수밭 펴냄

영국인은 포옹할 때 왜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볼까. 왜 프랑스인은 수다스럽고 영국인은 과묵할까. 남성끼리나 연인끼리 신체접촉이 많은 이탈리아인도 왜 부부끼리는 그렇지 않을까? 나라마다 다른 습관의 차이를 비교하는 것만큼 흥미진진한 일도 없다.

또 있다.18세기까지만 해도 유럽 대도시는 아무렇게 버려진 용변으로 냄새가 진동했으며, 루이 14세는 변기에 앉아서 신하를 알현하기도 했다. 게다가 루이 14세나 앙리 4세가 거의 씻지도 않고 살았던 이유는 또 무엇일까. 역사적 사실의 이면을 들춰내어 '감상'하는 것은 후대의 특권 중 하나다.

잠비아 태생의 영국 사회심리학자 피터 콜릿이 '습관의 역사'를 통해 유럽 각국의 문화적 차이를 분석한 비교문화 연구의 결정판. 이 책에서 저자는 이른바 손짓·고갯짓·표정 등 몸짓에서부터, 인사·호칭·운전 등 사회적 관습, 그리고 욕·유머·별명, 심지어 침묵 등 언어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행동이 수반되는 전반에서 역사와 분야를 넘나들며 습관의 역사를 명쾌하게 해설한다.

그야말로 유럽을 중심으로 한 종합적인 습관의 문화사이다. 저자는 현대 유럽인의 생활상 전반에 나타나는 문화의 차이를 고증하기 위해 멀리 고대 그리스·로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가 하면, 유럽 각국의 구석구석까지 누비고 다닌다.

또한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마치 유럽 각국을 방금 여행하고 돌아온 기분마저 든다. 저자가 동원한 방대한 에피소드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호기심을 충족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방대한 자료를 일관되게 엮어낸 솜씨와 흥미롭게 전개하는 묘사력은 '습관의 역사'를 비교문화연구의 결정판으로 만들었다.

습관에 대한 몰이해는 문화에 대한 오해와 갈등을 낳는다. 하지만 습관을 이해하면 문화가 보이고, 문화를 이해하면 친구가 된다. '습관의 역사'는 이처럼 문화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례를 수집해 그 원인을 명쾌하게 풀어헤친다.

'습관의 역사'는 타문화를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교과서와 같은 책이다. 이제야 다른 인종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럽의 각 나라는 오랫동안 국경을 안방 드나들 듯 넘나들며 교류해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각 나라의 고유성과 유럽이라는 전체성이 혼재해 있는데, 이와 같은 특수한 역사는 그 나라 국민의 습관에 큰 영향을 끼쳐왔다. '습관을 알면 문화가 보인다'라는 부제가 설명하듯 '습관의 역사'는 이와 같은 유럽 각국의 '습관의 역사'를 총망라하면서 그 문화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그다지 타문화를 이해해 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 이만큼 명쾌하게 남을 이해하는 방식을 가르쳐줄 '케이스 스터디'가 또 있을까?

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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