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공산 동화사 야영장에서 한여름 무더위를 피해 8년 째 텐트를 치고 생활하는 터줏대감 박종하(72·대구 동구 신천동) 할아버지와 김순분(68) 할머니. 할아버지는 야영객들이 잊고 온 노끈 등 야영 장비를 빌려주고 할머니는 설탕, 소금 등을 챙겨준다.
6월초부터 10월초까지 이곳에서 더위를 피하는 노부부의 텐트는 한눈에 보기에도 다른 텐트와 차이가 난다. 텐트 두개를 합쳐 공간을 넓혔고 그 위에 비닐과 거적을 덮은 뒤 주위 나무에 노끈으로 연결, 튼튼히 고정시켰다. 할아버지는 자신의 작품이 은근히 자랑스러운 모양.
"지난번 태풍 때도 산에서 내려가지 않았어. 이렇게 텐트를 쳐놓으면 탱크처럼 단단해 비바람에도 끄떡없지."
텐트 앞에 자갈과 모래로 터를 높인 뒤 스티로폼과 장판을 깔아 거실을 만들었다. 거실 앞엔 보도블럭 4장을 합쳐 현관도 꾸며놓았다. 현관을 나서면 텐트 옆으로 흐르는 개울이 나오고 그 주위에 코스모스를 심었다. 한달 후엔 텐트 앞에 앉아 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구경할 수 있을 터.
"조그만 텃밭도 있어 쌈장에 푹 찍어 먹으면 일품인 고추도 심고, 파도 좀 심었지. 소일거리 삼아 한 것들이지."
시원한 바람을 즐기는 할아버지 옆에 앉아 파를 다듬던 할머니가 한 마디 거들며 웃는다. "이만 하면 웬만한 가정집 안부럽지요. 이 참에 전세나 놓을까?"
다음달 말 할아버지는 자신의 여름 별장에 구들장(?)을 놓을 예정이다. 허리가 편치 않은 할머니를 위해 할아버지가 고심 끝에 준비한 특별 선물.
압력 밥솥에 물을 끓인 뒤 나오는 증기를 어린아이 기저귀 고무줄로 연결, 고무줄을 타고 흐르게 한다는 것. 이 고무줄을 돗자리 속에 넣으면 훌륭한 구들장 역할을 해줄 거란다.
노부부의 텐트 앞엔 4년 전부터 한가족(?)이 된 정민진(46·대구 북구 복현동) 씨 가족도 자리잡고 있다. 4년 전 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았다 우연히 이 노부부네 텐트 앞에 자리를 잡았는데 너무나 인심좋은 이 부부에 감동, 해마다 여름이면 한번쯤 이곳을 찾아 인사를 드리는 사이가 된 것. 노부부와 정 씨 가족은 자주 아침식사를 함께 하며 이웃간의 정을 나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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