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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접대문화·술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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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는 이유는 인종과 나이'성별'주변 환경 등에 따라 술의 종류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기쁘거나 울적하고 괴로운 일이 있을 때 마신다. 모임에도 술이고, 헤어질 때도 술이다. 하지만 社交(사교) 목적이나 사업상 필요에 따라 마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일과 후 기업체 대표를 수행하거나 대신해 술을 마셔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른바 고도성장 시대의 신종 직업군인 '술상무'가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 경제가 일어서기 시작하던 1970년대 이후 기업엔 '술상무'는 물론 비슷한 신종 직업이 늘어나기도 했다. '해결사' '연대보증용 사장' '구속용 사장' 등도 그 범주에 든다. '조폭적 충성문화의 私生兒(사생아)'들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의 주된 임무는 주군을 대신해 몸으로 때우는 일이다. 말하자면 기업을 위해 로비의 일선에 나서야 하는 '그릇된 접대문화가 낳은 畸形兒(기형아)'들이라 할 수 있다.

○…접대비 實名制(실명제) 실시 이후 크게 줄었던 기업의 접대비 지출액이 지난해 다시 급증세로 돌아섰다고 한다. 한국은행의 '2005년 기업 경영 분석'에 따르면, 전 사업의 접대비 지출액은 2조 9천596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5.6%나 늘어났다. 실명제가 도입되면서 2004년엔 그 전년보다 18.9%가 줄었으나 1년 만에 다시 急反騰(급반등)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난해 경기가 다소 회복되는 것 같은 조짐과 함께 기업들의 영업 활동이 활발해진 탓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탓할 문제만은 아닐는지 모른다. 하지만 그보다는 기업들이 여러 規制(규제)들에 대해 耐性(내성)이 생기면서 '규제의 약효'가 떨어져 버려 그런 건 아닐는지…. 요즘 고위직 판사의 非理(비리) 문제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그릇된 접대문화에 대해선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건강한 사회 紀綱(기강)을 좀먹는 향락성 접대 풍토를 추방하기 위해 실명제가 도입된 건 늦은 감이 있었으나 당연한 일이었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향락성 고액 접대비를 賂物(뇌물)로 본다. 미국에선 150달러 이상이면 접대를 받는 사람의 사인까지 받도록 돼 있다. 영업 활동이 활기를 띠고, 경제가 살아나야 한다는 건 우리 모두의 바람이다. 그러나 그릇된 접대문화의 復活(부활)은 반드시 경계돼야 하리라.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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