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불거지고 있는 체벌 사건에 대해 교사들의 반응은 의외로 싸늘했다. 체벌의 필요성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정도가 지나치거나 방법이 잘못된 경우는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체벌을 가하는 자체가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적 인권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학교 교육의 목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일부 교사들의 체벌의존 경향에 대해서는 "스스로 노력해서 교사로서의 권위를 세우고 학생 지도력을 키우는 수 밖에 없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체벌을 뿌리뽑기 위해선 이런 상황에 놓인 교사들을 도와줄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수남 영진고 진로상담부장은 "교·사대 교육과정에 학생 대하는 법, 대화 방법 등 실무교육을 확충하고, 현직 교사들에 대해서도 상담연수 비중을 높여 선생님들의 자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며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 교과목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양선규 대구교대 기획처장은 "교대나 사대 졸업 후 바로 교단에 세우지 말고 별도의 수습기간을 통해 실무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교사 임용 때 인성 요건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고, 현직 교사에게는 평가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과잉 체벌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일본의 경우 상당수의 도·부·현·시 교육위원회가 지도력이 부족한 교원을 판정하는 위원회를 구성,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도력 부족 교원으로 판정된 이들에게 연수를 받게 하거나 희망퇴직을 시키고 조건부로 채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매년 수백 명의 지도력 부족 교원들을 관리하고 있다.
학교 차원에서 체벌을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서태원 대구 범일초 교장은 "등·하교, 수업, 쉬는 시간, 방과후 활동 등 교내생활 전반에 걸쳐 학생과 교사가 지켜야 할 기준과 원칙을 만들고 모두가 이를 준수하도록 하면 학내의 많은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재순 대구 화남초 교장은 "캐나다와 미국 연수 때 쉬는 시간에 난장판처럼 뛰어놀던 아이들이 수업을 시작하자 언제 그랬냐는듯 정숙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교사나 학생 모두 학교의 규율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에 어긋남 없이 행동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힌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학생에게 혹은 학생과 교사 간에 문제상황이 생겼을 때 학교가 일방적으로 풀어가려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도 있었다.
자녀 둘과 함께 2년 간 영국 생활을 하다 최근 돌아온 최 모(38) 씨는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잘 하는지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 무척 답답하다."고 전했다. 영국에서는 아이들 학교 생활에서부터 교육과정과 학습태도, 평가 결과 등을 꼼꼼하게 기록해 가정에 알리고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학부모를 불러 해결책을 함께 고민하는 등 함께 교육하는 분위기였다는 것. 그는 "영국 학교에서 체벌이 발 붙일 수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서태원 교장은 "우리 학부모들은 학교에 가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합니다. 촌지라도 준비해야 하나 혼자 고민하죠. 이러니 교사들이 학부모와 아이 문제를 의논하고 싶어도 부를 수 없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라며 학교와 학부모 간에 수평적인 협조관계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교재연구나 부단한 자기계발을 통해 교사 스스로 교육력을 높이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는 충고도 많았다. 대구의 한 고교 교장은 "수업 잘 하고 실력있는 교사는 굳이 회초리를 들지 않아도 학생들이 절로 말을 듣는다."며 "체벌에 의존한다는 건 이런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황석근 경북대 사범대학장은 "교사가 먼저 교과 실력과 인성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나 학생들에게 존경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관성을 갖고 학생들을 대하는 가운데 칭찬과 격려라는 우회적인 방법을 잘 활용한다면 학생 지도가 그리 어려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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