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대구 수성구 황금네거리에서 두산오거리 사이. 한 건물 앞엔 건물 전체를 뒤덮을 만한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오션 파라다이스-게임랜드'. 건물 내부에선 인테리어 작업이 한창이었다. 영업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입소문을 들은 손님들은 벌써부터 드나들고 있었다.
대구 수성구의 두산오거리. 대구경찰청을 코앞에 둔 길목임에도 불구하고 '바다이야기'가 영업을 준비 중이었다. 2004년 12월 영상물등급위원회를 통과한 이후 대구·경북지역을 비롯해 전국에서 우후죽순격으로 생기기 시작한 '바다이야기'와 그 유사 성인오락실이 대구시내 '상가시장'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끼쳐왔다는 부동산 업자들의 지적이 뒤늦게 제기되고 있다.
바다이야기와 그 아류작이라 할 수 있는 오션 파라다이스· 황금성 ·인어 이야기 등의 변종 업소들이 잇따라 탄생하며 엄청난 호황을 누린 지난 2년 동안 대구시내 노른자위 점포가 모두 이들 업소로 채워지면서 엄청난 임대료 폭등 현상을 불러왔다는 것.
대구 수성구 황금동의 업소전문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대구 시내 곳곳의 노른자위 점포는 모조리 게임장으로 변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좋은 자리에 터를 잡아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어 나가려는 업주들이 많아지면서 점포 임대료가 엄청나게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게임기 한 대가 1시간에 평균 90만 원을 버는데 게임기 50대만 들여놔도 1시간에 4천500만 원의 수익을 올린다는 계산이 나오는 만큼 가맹점 업주는 목 좋은 곳을 차지하기 위해 월세를 종전 시세보다 훨씬 높게 준다."고 했다.
주차장을 갖추고 건평 80평의 건물이 들어와 있는 200평 부지의 경우, 보증금과 월세가 4억 원을 훌쩍 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는 것.
부동산 소개업자들에 따르면 몇몇 성인오락실 가맹점 업주는 대구 시내 주요 점포에 들어와 있는 식당을 찾아간 뒤, 점포 주인에게 높은 보증금과 월세를 제시하며 업종 변경을 종용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바다이야기의 한 업주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이미 세를 놓고 있는 점포 주인을 회유, 자리를 뺏어 들어가는 업주들이 꽤 있었다." 며 바다이야기가 시내 주요 지점을 '점령한' 이유를 설명했다.
일반 상가중개를 전문으로 하는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수익이 보장된다는 소문이 떠돌면서 자금이 모자란 가맹점 희망자들의 경우 3, 4명이 모여 동업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자금을 분산투자하면서 사업의 위험요소를 줄여 수익을 더 늘릴 수 있었으며 또다시 임대료를 올리는 악순환을 가져왔다는 것.
한편 바다이야기가 한창 상한가를 쳤을 당시, 게임기와 인테리어가 완비된 곳에 중간세를 내고 들어가 영업을 하는 곳도 많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은 보증금을 3천만 원~4천만 원 정도 내고, 월세를 1천만 원 정도 줄 정도로 점포 임대료를 후하게 쳐 준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달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매달 수익금이 엄청나니 그 어떤 업종보다 점포 임대료를 많이 냈다."며 "한번 올라버린 임대료는 잘 떨어지지 않는데 오락실이 점포를 빌려 식당 등을 열고 열심히 살아가려는 영세 상인들의 꿈도 꺾어놨다."고 한탄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대구시엔 141곳의 '바다이야기' 류의 게임장(바다이야기 95, 오션 파라다이스 42, 황금성 4곳)이 영업 중이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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