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롯데쇼핑 대구 중심가 진출…지역 유통업계 촉각

롯데쇼핑은 지난 10일 대구 동성로에 영플라자 3호점 출점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2007년 하반기 오픈 예정인 영플라자 대구점은 동성로에 신축 중인 쇼핑몰 '파티'(지하 3층·지상 9층, 연면적 1만 1천300평) 내 3개층(1~3층)에 3천600평 규모로 입점하며, 이 건물에는 영플라자 외에 영화관(12개관·2천500석 규모)과 식음료 시설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거대 유통업체인 롯데의 대구 중심부 진출을 둘러싸고 지역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2003년 롯데 대구점, 2004년 롯데 상인점에 이어 2007년 동성로에 영플라자를 추가 오픈할 경우, 그나마 지역 토박이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던 도심 상권 내에서 젊은층을 겨냥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동성로 로드숍 구도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영플라자는 롯데쇼핑의 새로운 성장전략업태인 '패션 전문점'을 표방한다. 영캐주얼과 패션잡화뿐 아니라 국내에 아직 도입되지 않은 해외 캐주얼브랜드도 지속적으로 유치해 젊은층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지난 2003년 서울 명동에 매장면적 3천 평 규모의 영플라자 1호점을 도입해 연간 1천억 원 이상 매출액을 거두고 있다. 이런 영플라자가 명동 1호점, 청주 2호점에 이어 국내 최대 집적상권으로 꼽히는 대구 동성로에 진출하는 것이다.

영플라자 대구점은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 및 지하상가 대현프리몰과 연결된다. 롯데 측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과 함께 집객 시너지 효과를 가져와 지하상가 및 동성로 로드숍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백화점 이재현 상품본부장은 "영플라자에 롯데쇼핑만의 차별화된 자가 브랜드 상품을 갖추고, 국내 유통업계 1인자로서의 노하우와 마케팅 능력을 접목시켜 영플라자를 중심으로 전국 주요상권에 다점포망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롯데의 잇따른 대구 진출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자칫 대형마트가 지역 곳곳에 들어서면서 동네 상권이 붕괴된 것처럼 동성로 내 영세 로드숍(대리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동성로 한 쇼핑몰 관계자는 "롯데의 고객관리 노하우, 사은품 등 대량 물량공세, 색다른 이벤트가 쏟아질 경우 고객 이탈은 불보듯 뻔하다."며 "영플라자의 주타깃 고객층과 상품을 차별화한다고 해도 인근 패션몰도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이고, 아울러 현재 동성로 상권이 가뜩이나 젊은이들만이 찾는 공간으로 바뀐 마당에 영플라자가 입점하면 동성로는 더욱 비정상정 상권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젊은층을 겨냥한 백화점으로 거듭나기를 하고 있는 대구백화점 본점의 경우, 영플라자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구백화점 김호범 기획실장은 "2007년 후반 동성로 배전반 지중화공사가 마무리되면 젊음과 축제의 거리로 새롭게 바뀔 뉴동성로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 주변 상권에 대한 통합적이고 면밀한 분석을 실시할 계획"이라며 "단기적 전술뿐 아니라 중·장기 전략도 염두에 두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동아백화점도 아울렛으로 바뀐 본점과 지하철 시대를 맞은 쇼핑점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 전략을 수립 중이다. 지난 2002년 아울렛으로 변신한 동아백화점 본점은 일단 영플라자와는 브랜드 방향이나 고객층에서 차별화되기 때문에 심각한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쇼핑점은 여성의류 중 젊은층을 겨냥한 브랜드를 추가 입점시키고, 고품격 점포로 거듭나기 위해 올해 안에 내외관 리뉴얼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동아백화점 관계자는 "메트로센터와 지하철 1·2호선 개통에 따라 유동인구, 특히 영(young) 세대 증가가 눈에 띄고 있는 만큼 쇼핑점 야외광장을 젊은이 만남의 광장으로 조성해 댄스경연대회, 록페스티벌 등 다양한 이벤트를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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