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애 날려버린 성보학교생들의 '천만불 짜리 미소'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백만불짜리 다리'를 가진 초원이는 영화 속에만 있지 않았다. 장애를 딛고 홀로 선 수많은 장애아들은 모두 영화의 주인공이다. 지난 달 28일 정신지체아 특수학교인 대구성보학교(교장 권영탁)에서 만난 초원이들은 '천만불 짜리 미소'를 보여줬다.

"개교 이래 최고의 성적이에요. 메달의 색깔이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는 것이 더 소중합니다."

최영호 성보학교 체육교사는 지난 달 20~23일 경기도 용인 명지대 캠퍼스에서 열린 '2006스페셜 올림픽 한국대회'에서 메달을 딴 제자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며 대견해 했다. 스페셜 올림픽은 미국에서 창시된 정신지체인들만을 위한 대회다.

이번 대회에서 김진호(중2) 군은 아동부 육상 400m 1위, 김형준(고2) 군은 청소년부 200m·400 m 1위, 김미소(중2) 양은 청소년 여자부 200m 2위, 서진호(고1) 군은 청소년부 배드민턴 단식 1위, 최준섭(고1) 군은 청년부 배드민턴 단식 1위, 서양희(고2) 양은 탁구 복식·단식 1위를 차지하는 등 출전 선수 대부분이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의 환한 웃음 뒤에는 한여름 뙤약볕을 이겨낸 고된 훈련이 있었다. 불편한 몸으로 힘든 체력 훈련을 하는데는 강한 인내가 필요했다.

최 교사는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일찍 등교, 학교 운동장을 달렸고 대회가 임박해서는 오후에 학교앞 강변을 달리기도 했다."며 "때로 제자들을 혹독하게 다뤄야 하는 게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영영 홀로설 수 없다."고 말했다. 탁구대 위에 우유팩 올려 놓고 맞추기 등 특수훈련도 필수. 하루에 300~400개씩 스매싱, 드라이브 연습을 했다.

성보학교 선수들의 실력은 이미 전국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일부 종목에서는 상대 팀이 아예 출전선수를 보낼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 서양희 양은 더 이상 탁구에서 대적할 상대가 없어 이달 울산에서 열리는 '26회 전국 장애인 체육대회'에는 배드민턴 선수로 출전할 생각이다.

서 양은 "배드민턴에서도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서 양은 두 팔이 불편한 동급생의 식사를 돕는 '천사 학생'으로도 교사들 사이에 소문이 났다.

김형준 군은 "학교 앞 언덕 위를 달려야 할 때가 힘들었다."면서도 "마음껏 달리고 나면 다리 힘도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린다."며 어눌하지만 밝은 말투로 말을 이었다.

최 교사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편견이 상존해 있지만 그것만 탓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면서 "노력하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값진 땀을 통해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쿠팡 대표와의 식사와 관련해 SNS에서 70만원의 식사비에 대해 해명하며 공개 일정이라고 주장했다. 박수영 ...
카카오는 카카오톡 친구탭을 업데이트하여 친구 목록을 기본 화면으로 복원하고, 다양한 기능 개선을 진행했다. 부동산 시장은 2025년 새 정부 출...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가 방송 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그녀의 음주 습관이 언급된 과거 방송이 재조명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박나래는 과거 방송에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