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도박

賭博(도박)에 대한 중국 사람들의 열기는 알아줘야 한다. 마작이나 카드놀이에서 귀뚜라미 싸움'가요 열창, 미녀선발대회'퀴즈 당첨자 맞히기 도박까지 성행한다. 복권 구입 열기 또한 뜨겁다. 물론 중국 정부도 도박은 엄격히 단속하지만 그 열기를 잡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회적 弊害(폐해)를 볼 때 우리보다 심각성이 덜하다. 도박장이 주택가 코앞까지 들어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도박 열기도 가히 세계적이다. 開化期(개화기) 때의 서양 외교관 기록에는 "생필품조차 내기로 구입할 만치 도박에 대한 선천적인 열정을 갖고 있다"는 소개가 들어 있을 정도다. 쌍륙'투전에서부터 근대로 와서는 화투'골패'마작까지 성행했고 고스톱은 국민적 오락으로 자리 잡았다. 도박에 관한 한 동서고금이 비슷하다. 고대 신화에도 도박이 등장한다. 우리가 즐겨 먹는 샌드위치가 카드게임을 즐기던 샌드위치 백작이 식사 때문에 게임을 중단하는 게 싫어, 만들어 먹은 것이라는 일화가 전한다.

○…전문가들은 도박 中毒(중독)을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본다. 도박에 빠진 대부분의 사람이 스스로를 조절할 의지와 능력을 상실, 가정 파괴나 재정 파탄에 대한 의식과 판단을 잃는다고 한다. 도박장에서 돈을 따기를 기대하는 사람의 뇌가 마약을 복용한 사람의 뇌와 같은 반응을 나타낸다는 의학 논문도 발표됐다.

○…그러나 인간의 삶 자체가 불확실성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도박은 인간의 본질적인 현상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인간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왔다고 본다. 삶의 권태로부터 벗어나는 유용한 방법이라고 본 철학자도 있고, 도스토예프스키가 인간의 본질을 다룬 소설을 쓴 것도 그가 도박 중독자였기에 가능했다는 이도 있다. 도박이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온 '藥(약)과 毒(독)'의 양면성을 지닌 현상이라는 것이다.

○…서울 어느 지역 부녀회가 아파트 앞에 문을 연 PC방의 퇴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한다. 게임 중독이 공부는 물론 아이들의 성격까지 망치고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도박 중독 治癒(치유)에 관한 한 아직 특효약은 없다. 그러나 다른 놀이문화를 찾으라는 데는 설득력이 있다. 게임과 도박이 나라 전체를 위기 상황으로 몰고 있다면 생활과 공부의 따분함에서 벗어날 수 있는 놀이문화의 개발에 국가가 나설 필요는 없는 것일까.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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