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중반, 초등학교 5학년이던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벌초를 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이 지났을 무렵, 할아버지께서는 "나도 나이가 많고, 친척도 다 멀리 있고, 너거 애비도 없으니 남자라고는 너 말고 누가 있나. 니가 벌초를 따라가 조상님의 산소를 알아두어야 내가 갑자기 죽더라도 산소를 잃어버리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며 벌초를 따라가자고 말씀하셨다. 친구와 노는 것이 더 좋고 벌초와 조상님에게는 관심이 없던 나는 안 간다고 버티다가 맛있는 건빵과 멋진 운동화를 사준다는 말에 속아 따라 나섰다. 집에서 십여 리 떨어져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산소를 찾은 할아버지께서는 5대조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 등 일일이 산소를 어떻게 해서 이곳에 쓰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주시며 벌초를 하셨다. 이쪽저쪽 산소를 다니며 벌초하다보니 해가 기울고 있었다. 할아버지 뒤만 따라다녔는데 몸은 왜 그리 고단하던지…. 그렇게 따라다니기를 5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나 혼자 한 벌초는 정말 처삼촌묘 벌초한 것 같았다. 이제 세월이 흘러 옛날 할아버지가 하시던 벌초처럼 깨끗하게 잘 한다. "할아버지, 며칠 있다가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 가겠습니다. 잘 계시고 그때 뵙겠습니다."
정성필(대구시 달서구 유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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