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초등학교때 처음 따라가본 산소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1960년대 중반, 초등학교 5학년이던 나는 할아버지를 따라 처음으로 벌초를 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3년이 지났을 무렵, 할아버지께서는 "나도 나이가 많고, 친척도 다 멀리 있고, 너거 애비도 없으니 남자라고는 너 말고 누가 있나. 니가 벌초를 따라가 조상님의 산소를 알아두어야 내가 갑자기 죽더라도 산소를 잃어버리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시며 벌초를 따라가자고 말씀하셨다. 친구와 노는 것이 더 좋고 벌초와 조상님에게는 관심이 없던 나는 안 간다고 버티다가 맛있는 건빵과 멋진 운동화를 사준다는 말에 속아 따라 나섰다. 집에서 십여 리 떨어져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산소를 찾은 할아버지께서는 5대조 할아버지, 증조 할아버지 등 일일이 산소를 어떻게 해서 이곳에 쓰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해 주시며 벌초를 하셨다. 이쪽저쪽 산소를 다니며 벌초하다보니 해가 기울고 있었다. 할아버지 뒤만 따라다녔는데 몸은 왜 그리 고단하던지…. 그렇게 따라다니기를 5년,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고 나 혼자 한 벌초는 정말 처삼촌묘 벌초한 것 같았다. 이제 세월이 흘러 옛날 할아버지가 하시던 벌초처럼 깨끗하게 잘 한다. "할아버지, 며칠 있다가 할아버지 산소에 벌초 가겠습니다. 잘 계시고 그때 뵙겠습니다."

정성필(대구시 달서구 유천동)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쿠팡 대표와의 식사와 관련해 SNS에서 70만원의 식사비에 대해 해명하며 공개 일정이라고 주장했다. 박수영 ...
카카오는 카카오톡 친구탭을 업데이트하여 친구 목록을 기본 화면으로 복원하고, 다양한 기능 개선을 진행했다. 부동산 시장은 2025년 새 정부 출...
최근 개그우먼 박나래가 방송 활동을 중단한 가운데, 그녀의 음주 습관이 언급된 과거 방송이 재조명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 박나래는 과거 방송에서...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