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예가 조현주씨와 유기농 뜨락 이플

평범한 일상과 생활 속에 묻혀 있는 듯 없는 듯 늘 그 자리에 있는 수많은 물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그 물건이 없어진다면…. 당기는 커피욕구에 정작 컵이 없다면 순간 당황하게 됩니다. 이렇듯 나 아닌 모든 타자는 나를 중심으로 그 존재 의미를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뛰는 맥박사이로 스며 나오는 생명의 줄기처럼 자연스럽게 그리고 변함없는 마음으로 흙을 만지고 싶다는 도예가 조현주(39·여) 씨. 18년간 흙과 맺은 인연을 바탕으로 도심 속에서 생활도예공방을 연 그를 유기농 뜨락 식당 '이플'에서 만나 흙과 생활도자기에 대한 단상을 들어 봅니다.

흙이라는 자연재료가 지닌 무해한 특성과 나만의 작품을 직접 만들어 보는 생활도예는 형태를 잡아가는 손맛과 함께 일품(一品)스런 멋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이다. 기계에서 찍혀 나오는 미끈한 대량생산품과는 달리 무겁고 투박한 소박미도 훨씬 친근감이 간다.

"대학시절, 만지는 대로 빚어지는 흙의 물성과 무채색의 색채가 제 정서에 맞았고 특히 흙에 대한 기대감을 깊이 심어준 지도교수님의 영향도 컸습니다." 이 때문에 조 씨는 작품으로서의 도예도 중요하지만 도예인구의 활성화를 위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도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주부가 빚고 구워낸 식기에 소담스러운 음식을 담아 식탁에 올린다면 무척 보람된 일이 되겠죠."

보통사람들이 도예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에서 웰빙적인 삶의 매개역할을 하고 싶다는 것이 조 씨가 6년 전 공방(토사랑:053-781-2920)을 연 계기이다. 식기류에서 컵과 벽걸이 액자 등 생활공간을 아기자기하게 꾸밀 수 있는 소품에 이르기까지 흙으로 빚어낼 수 있는 모든 것이 생활도예의 영역이다.

무형의 흙덩이가 사람의 손에 의해 형태를 갖고 초벌구이(800~900℃)와 유약처리를 거쳐 1천500℃가 넘는 고온에서 장시간을 견디면서 유약과 흙 속 화학성분이 녹아들어 비로소 하나의 용기(用器)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은 창작의 기쁨이 아니고선 맛볼 수 없는 생활의 재미다.

"투박한 질그릇이 열을 받아 하나의 쓸모 있는 그릇으로 변신, 손가락으로 튕겼을 때 청아한 소리가 나면 그것만큼 듣기 좋은 소리는 없습니다." 생활도예를 시작하면서 조 씨는 백화점 그릇코너나 각종 전시장을 더 많이 가 보게 된다고.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작품도예는 예술성과 미적인 관점에 치중한다면 생활도예는 실용성과 인체공학적인 편리성에 주안점을 두게 되죠." 손잡이 부착 때도 어떡하면 차를 마시기에 더 편리할까 궁리를 하는 것이 생활도예의 또 다른 묘미라는 말이다.

"최근엔 작품도예를 구상할 때도 미적인 감각과 더불어 실용성을 접목하려는 경향이 짙어졌어요."

이와 함께 생활도예 체험은 어릴 적 흙장난의 추억을 일깨우는 소중한 경험이 된다. 흙냄새를 맡으면 형태를 만들다 보면 옛 생각이 나기 마련. 가끔 수강생들 중엔 작품에 몰두하다가 피식 웃곤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땐 영락없이 옛 추억에 휩싸인 증거라는 것이 조 씨의 설명이다.

작품이건 생활도예이건 흙의 성질에 따라 온도조절이 좋은 그릇을 굽는 최대의 숙제. 한달에 한 번 정도 가스가마에서 그릇을 구워내는 조 씨는 불을 땔 때마다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을 갖지만 완성품은 60, 70%에 불과하다.

"약 12시간을 구워야 하는 자기들이 파손 없이 나오길 비는 마음에서 불을 땔 땐 작은 소리에도 행여 그릇이 깨질까 조심스럽게 행동합니다. 이 과정에서 차분하게 일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의 여유도 함께 같게 되는 것이 생활도예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유기농 뜨락 '이플'

조현주 씨가 유기농 식당 이플을 단골로 삼는 이유는 건강한 식품재료로만 갖고 음식을 차리기 때문. 유기농 농산물만을 이용해 뷔페식 식단을 차려 음식의 맛이 담백하면서 정갈하며 단아한 실내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어서다.

이런 이플이 최근 유기농 채식위주의 뷔페식에 친환경 한방닭백숙을 새로운 메뉴로 첨가했다. 부화에서 성계에 이를 때까지 항생제 대신 쑥과 미나리로 만든 효소를 쓰고 토착 미생물로 발효시킨 사료를 먹이는 친환경순환농법에 의해 키운 이 곳의 닭백숙은 씹는 맛과 쫄깃한 육질이 다른 집과 확실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음나무와 오가피 등 한약재를 첨가해 건강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4인기준 한 마리 7만원(반 마리 4마원). 2시간 전 예약주문은 필수.

문의:053)784-37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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