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애국심

그리 멀지 않은 시절 극장에서는 영화가 시작되기 전 애국가 필름이 돌고 觀客(관객)들은 모두 일어서야 했다. 전국 방방곡곡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늦은 오후, 국기 하강식 시간엔 가던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학생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태극기를 향해 가슴에 손을 올려야 했다.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한다는 맹세도 빠지지 않았다. 모두 愛國心(애국심)의 고취를 위한 국가적 일이었다.

○…지난 大選(대선) 당시 여야 후보들은 저마다 애국심을 강조했다. 대부분이 지도자의 최고 덕목으로 애국심을 꼽았고 상대 후보를 애국심이 부족하다고 비판한 이도 있었다. 존경하는 사람으로 꼽은 국내외 인물들의 덕목도 애국심이 으뜸이었다. 지도자는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어야 한다는 어느 후보의 말도 결국은 애국심 강조였다. 너도나도 '대~한민국'을 외치며 태극기를 흔든 월드컵의 열기역시 애국심의 표출이라고 보는 이도 있다.

○…일본 지방법원이 입학식이나 졸업식 때 교사들이 선 채 국기를 바라보며 국가를 제창해야 한다는 도쿄도 교육위의 통지와 직무명령은 사상과 良心(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일장기와 기미가요는 군국주의 사상의 정신적 지주로 이용돼 온 것으로 아직 국민 사이에 종교적'정치적으로 중립적인 가치가 인정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게 요지였다.

○…새로 일본 총리가 될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 당선자가 애국심 함양을 주 내용으로 한 교육기본법 개정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판결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국기에 대한 맹세의 存廢(존폐) 여부를 두고 立法(입법) 논란이 일고 있다. 파시즘의 잔재라는 비판에 존속을 지지하는 이들은 애국심의 표현이라며 맞선다. 존속 지지자가 압도적이라는 여론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폐지론자들의 비판도 만만찮다.

○…애국심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다. 잘났건 못났건 내 나라 내 역사를 사랑하고 지키겠다는 마음이 애국심이다. 그러나 일본이나 우리의 비판론자들은 나라를 사랑하자는 마음의 강조가 행여 다른 의도로 이용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애국심 무장이 군국주의나 파시즘의 再現(재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한다. 마음은 누가 시킨다고 저절로 따라가지 않는다. 한'일 두 나라의 애국심 논란이 괜한 일은 아닐까.

서영관 논설위원 seo123@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