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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퍼 살짝 받아도 200만원…외제차 부품값 국산 4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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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외제차 5천대…2001년 비해 3배

운전 경력 10년의 베테랑 운전자 최모(36) 씨는 도로에서 외제차만 보면 슬금슬금 피하기 바쁘다. 얼마 전 '아차' 하는 순간에 외제차와 교통사고를 냈다가 혼쭐이 났기 때문. 뒷범퍼를 살짝 부딪힌 경미한 접촉사고였지만 수리비는 200만 원을 훌쩍 넘었다. 최 씨는 "사고 이후 자동차보험 대물한도를 1억 원 이상으로 올렸다."며 "차들이 도로로 쏟아지는 귀성길에 행여 외제차와 접촉 사고라도 날까봐 겁이 덜컥 난다."고 털어놓았다.

추석을 맞아 귀성·귀갓길에 나선 차들로 가득 메워지는 도로. 숨 막히는 교통체증 만큼이나 '도로 위 황태자' 수입차를 둘러싼 국내차 운전자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다. 수입차와 교통사고라도 나면 엄청난 수리비를 물어줘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대구의 거리를 오가는 수입차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대구시 차량등록사업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외산자동차는 5천 대로 지난 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7% 증가했다. 2001년 8월 1천788대에 비해서는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국내차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수리비는 수입차를 피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자동차기술연구소가 2004회계년도 기준으로 '외제차 수리비 지급실태'를 조사한 결과, 수입차는 국산차보다 부품값은 평균 4배, 공임은 1.6배, 도장은 1.8배 비쌌다. 평균 수리비는 국산차가 76만 3천 원, 외제차는 207만 8천 원으로 수입차가 2.7배 높았다. 대구 수성구 ㄷ정비업체 관계자는 "수입차는 워낙 수리비가 비싸기 때문에 보험처리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때문에 범퍼 등 재생사용이 가능한 부품도 무조건 새것으로 교체하려 하기 때문에 수리비가 더욱 비싸진다."고 말했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손해보험도 수입차와 사고가 나면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 국내차와 수입차의 과실이 2:8이라 하더라도 과실이 적은 국내차 운전자가 훨씬 더 많은 수리비를 상대방에게 지불해야 하기 때문. 그러나 자동차 보험의 대물배상 의무 가입 한도는 1천만 원에 불과해 초과되는 수리비는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수입차에 대한 두려움을 덜려면 현재로선 대물한도가 큰 보험상품에 가입하는 수 밖에 없다. 보험회사들은 매달 1천 원~2만 원 가량을 더 내면 대물한도를 늘려주는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자동차 보험 가입자 중 대물배상 보장한도가 1억 원인 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지난 2001년 1.5%에서 지난해 말 현재 26.1%로 20배가 넘게 늘었다.

수입차 부품의 공급체계를 투명화하고 수리비를 낮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외제차 부품값은 수입상, 구입시기, 운송 방법, 환율 등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공장별로 가격 편차도 매우 크다"며 "부품 가격의 거품을 빼고 공급체계를 투명하게 해야 수입차 접촉사고에 대한 국산차 운전자들의 심리적·경제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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