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출문제
아래의 지문은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위 '동북공정'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족과 국적을 초월하여 자신의 입장을 개진해 보시오. (경북대 기출문제)
중국학계는 일찍부터 발해를 중국의 지방 정권이라고 규정하고, 그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라고 주장해 왔다. 이제는 그 연장선상에서 고구려까지 '고대 중국의 소수 민족의 지방 정권'으로 단정하고,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 해결의 실마리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에 대한 문제는 독도 문제와 같이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감정적으로 대하기 쉬운 사안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논리적으로 사고하기보다는 맹목적인 애국심에 빠져 대응하기 쉽다. 그러므로 민족과 국적을 떠나 생각하라고 요구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북공정이 어떤 목적을 갖고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그에 대한 대답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동북공정은 중국 동북 지역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대형 학술 과제로 '동북변강사여현상계열연구공정(東北邊疆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의 줄임말이다. 이는 우리말로 '동북 변강(국경 지역)의 역사와 그에 따라 파생되는 현상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프로젝트'로 옮길 수 있다.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학술적 연구를 표방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한 정치적 의도가 존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설정하는 중국의 논리는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이다. 즉, 한족을 중앙 정권으로, 55개 소수 민족은 지방 정권으로 설정해 전 민족을 하나의 역사 속에 아우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동북공정'은 2001년 북한이 고구려 고분군을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신청하고, 그 해 남한 국회에서 조선족을 재외 동포의 범주에 포함시키자는 '재외 동포법'의 발의에 대한 대응 전략에서 출발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장기적으로 남북 통일 후 발생할지도 모르는 영토 문제에 쐐기를 박자는 의도인 것이다. 따라서 중국의 동북공정은 정치적 의도에서 추진된 프로젝트로 여겨진다. 동북공정에 내재된 중국의정치적 의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의 세 가지 정도로 정리된다.
첫째,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 남북한이 통일된 이후 조선족 이탈을 막으려고 한다. 동북공정에서 목표하는 지역은 동북 3성, 즉 길림성과 흑룡강성, 요녕성이다. 여기에는 특히 조선족들이 많이 살고 있으며, 대부분의 조선족 자치 구역이 여기에 분포되어 있다. 그래서 이 곳에는 아직 한국의 언어가 고스란히 남아 있으며, 문화적으로 한국적 요소가 짙다. 또한,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결된 조선족과 한국의 관계가 통일 이후 더 가까워질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우려하는 바도 바로 이것이다. 남북 통일로 대규모의 북한 사람들이 만주로 탈북하고, 코리안 드림을 실현하려는 조선족이 한반도로 몰려들 경우, 만주에서의 북한 탈북자와 조선족의 공존 상태와 한반도에서의 한국인·북한 사람·조선족의 공존 상태가 일시적인 잡음을 야기하겠지만, 종국에는 탈북자·조선족·북한 사람·한국인 사이의 민족적·혈통적 공감대를 확대하게 될 것이다. 이것은 곧 만주에 대한 한민족의 영향력 강화를 의미함과 동시에, 한반도와 중국 대륙의 단절을 통해 만주 사회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중국 정부의 전략에 치명타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것은 중국을 구성하고 있는 각 소수 민족의 단결을 가져와 중국의 체제 안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보면, 동북공정의 전략적 의도는 분명해진다. 역사적·문화적 방면이든 실제 관계든 중국 대륙과 한반도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이 양자의 연결 고리를 끊어 만주에 대한 한반도의 영향을 차단함으로써 체제를 안정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동시에 조선족을 '온전한 중화 민족'으로 만들어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도 중국 정부는 조선족들에게 조국관·민족관·역사관에 대해 대대적인 사상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한국은 고국일 뿐이지만, 태어나서 사는 곳은 중국이므로 그들이 충성을 바쳐야 할 곳은 중국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동북공정은 현대 중국의 '만주 전략의 핵'이자 중국 국가주의의 전형적인 표상이다. 둘째, 동북공정의 목표는 남북한이 통일된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영토 분쟁에서 역사적인 선점을 해 두려는 것이다. 지금도 중국과 한국의 영토 문제는 분쟁의 소지가 있다. 그 직접적인 예가 바로 간도이다. 원래 간도는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영토 분쟁 단계로 남아 있었던 곳이다. 그런데 그것이 지금의 형태로 고착화된 것은 1909년에 체결된 간도협약 때문이다. 그 이전에 간도는 중국의 땅도 아니고 조선의 땅도 아니었다. 을사조약을 체결할 때 일본이 조선을 배제하고 청나라와 간도 협약을 맺은 탓에 간도가 청나라의 소유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을사조약의 문제를 제기하여 이것을 무효화시키게 되면, 이를 기반으로 이루어졌던 간도 협약 역시 무효가 된다. 즉, 간도는 중국과 한국 사이의 엄청난 영토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러한 영토 분쟁의 가능성을 역사 해석을 통해 미리 막으려는 것이다. 동시에 동북공정에서 목표하는 대로 역사가 해석되면, 한국의 역사적 영토는 대동강 이남 혹은 최악의 경우 한강 이남으로 밀려나게 된다. 이것은 결국 급변하는 역사적 소용돌이에서 중국이 한반도 문제, 특히 북한의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역사적 실마리를 마련해 주는 결과를 낳게 된다. 한반도가 역사적으로 중국의 영토였으므로 그에 대한 개입 역시 정당하다는 논리가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셋째, 중국은 동북공정을 통해서 중국의 신중화주의를 위한 역사적 근거를 확보할 수 있다. 중국이 그들의 역사를 한족 중심의 역사로 기술하면 나머지 동아시아 국가들의 역사를 한족 팽창사의 한 줄기로 편입시킬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동아시아의 중심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규정하게 되면, 중국은 이를 동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되찾기 위한 역사적 근거로 이용할 수 있다. 즉, 중국의 신제국주의 정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중국 역사학자들이 동아시아의 역사를 한족과 한민족을 포함한 만주족과의 교섭사로 보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 예시답변
교수 :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동북공정 프로젝트가 한·중 간에 역사 분쟁을 일으키고 있는데, 이에 대해 민족과 국적을 초월하여 자신의 입장을 개진해 보세요.
학생 : 중국의 동북공정은 역사적 속지주의를 그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즉, 현재 중국의 영토에서 일어났던 역사는 모두 중국의 역사라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근대적 국민 국가의 틀의 전혀 다른 모습과 성질을 갖고 있던 고대 국가에 끼워 맞추려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도상에 선으로 표시되는 국경이란 개념은 근대에 들어와 형성된 것으로서 그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과거에는 국경이 아니라 거점을 중심으로 한 '변경'의 개념이 있었을 뿐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흔히 고구려나 발해 등 북방의 고대 국가들이 혈연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우리 민족과 관계가 깊으며 우리가 그 계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그 지경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근대적 개념인 '민족'을 근거로 고대 국가의 역사를 자의적으로 재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나 중국 모두 근대에 형성된 개념 틀 안에 과거를 끼워 맞추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3자의 입장, 즉 지역사나 변경사의 입장에서는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이나 그에 대응하는 우리나라의 방식 모두를 비판할 수 있습니다. 요동과 만주 지역은 우리나라나 중국과는 또 다른 역사적 흐름을 갖고 있고, 그것은 그 지역의 역사입니다. 한·중 두 나라의 입장에서 본다면 변경의 역사가 되겠지만, 요동과 만주 지역의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핵심적 역사가 되는 것입니다.
제공 : 송원학원 논술·면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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