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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취재)대구 북부署 '주택가 도박현장 급습'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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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기 두고 좁은방 10여명 '열중'

"동차(경찰승합차) 2대 부르고, 당직팀에서 2명 지원 받아!" "여자 센타는 누가 칩니까?(몸수색은 어떻게 합니까?)" "여경 당직 없어? 확인하고 퇴근 좀 늦추라고 그래!"

24일 오후 7시 50분쯤 대구 북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 긴장된 분위기가 역력한 가운데 강력2팀은 별러왔던 '도박판 소탕'을 위해 작전 회의 중이었다. 한 수사관이 현장을 담을 디지털 캠코더, 증거물 확보를 위한 박스를 챙겼다. 첩보원과 통화 중이던 정정상 경사가 "출동합시다."라고 소리치자 20여 명의 경찰이 3대의 동차에 나눠탔다.

오후 8시 40분쯤 대구 북구 대현3로 XX번지 앞. 안재옥 강력2팀장이 "문방(문지기) 엮어!"라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지시하자 김현구 경사가 순식간에 문지기를 낚아채 차에 태웠다. "아무 소리 마소. 큰 소리치면 현행범 엮습니다."

일명 'XXXX 도박판'. 인근 주유소 이름을 따 단층 벽돌 건물 도박판을 그렇게 불렀다. 곽병철 경장이 담을 넘어 문을 여는데는 불과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조용히 해! 가만 있어! 손에 있는거 다 놔!"

5평 남짓한 방 속에는 40, 50대 여성 7명, 남자가 4명 있었다. 한 아주머니는 장롱 밑으로 수백 만 원을 발로 밀어넣으려다 수사관의 제지를 받았다. "우리 탕 맞은거야?(단속 걸린거야?)"라며 아저씨가 휴대전화를 들었다. 군용모포 위에 화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 밑엔 판돈으로 추정되는 수 십만 원의 돈이 깔렸다. 편지봉투에 알 수 없는 도형들이 빼곡히 쓰여있었다.

일명 '사끼'판. 2, 3명의 선수(?)가 3장의 화투패를 갖고 높은 숫자를 든 곳에 판돈을 거는 형식의 도박이었다.

"아저씨, 화장실에 좀 갑시다." "갑자기 머리가 아픈데 잠시 나가면 안되요?" 도박꾼들은 "나는 구경만 했어요." "아는 언니 만나러 왔는데···."라며 하소연했다. 50대 남자는 통화를 시도하다 제지되자 난동을 부렸고 수사관 3명이 달려들어 곧 수갑을 채웠다.

"집주인이 누굽니까?" 한쪽 벽에서 고개를 무릎 속에 파묻은 도박꾼들은 모두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명, 한명 신분증을 확인한 후 소지품을 검사했다. 허리가방, 손가방, 등산가방 등에서는 판돈으로 추정되는 수십, 수백만 원이 나왔다. 몇 천만 원은 족히 될 도박판이었다.

"공간이 좁아서 인원도 적고 판돈도 별로네. 사끼는 수백 명도 할 수 있는 도박인데 말이야." 조영택 경사가 생각보다 판이 작다는 듯이 혼잣말을 했다.

도박꾼들이 화장실로 들락거리는 것을 수상히 여긴 지영길 경사는 세탁기 속에서 200만 원을 찾아왔다. 싱크대, 소파, 2개의 다른 방으로 수색이 시작됐다. 한 수사관은 "예전에 한번 급습할 때는 한 아주머니가 은밀하게 3천만 원짜리 수표를 숨기더라구."라며 꼼꼼한 수색을 독려했다.

"도박? 없는 사람들 자기들끼리 뜯어먹는거지. 몇 백만 원 걸고 '타짜인생' 살다보면 절대 돈 안돼."

"돈 있는 사람들 어디 도박하나? 사끼 팔 때마다(도박판 덮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 뿐이야."

마지막까지 남아 집안 수색을 벌이던 수사관들의 대화가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한편 북부경찰서는 도박장소를 옮겨다니며 상습 아도사키 도박을 벌인 혐의로 배모(59) 씨 등 10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윤모(52·여) 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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