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순 감기 4만원'…"애완견 치료비 사람 뺨치네"

피부질환 5만원·척추디스크 수술 300만원…

27일 오후 동구 신암동의 한 동물병원. 애완견을 안은 김은희(27·여) 씨가 병원문을 열었다. 키우던 애완견이 몸을 부르르 떨고 잘 짖지도 않아 동물병원을 찾은 것. 김 씨는 "어젯밤 강아지 아롱이를 목욕시킨 뒤부터 밥을 잘 먹지도 못한다."고 걱정했다.

수의사는 김 씨에게 애완견의 증상에 대해 묻고 체온을 재고 청진기로 진찰했다. 아롱이의 목 부위를 만져보던 의사는 자세한 병명을 알기 위해 혈액검사도 했다. 결론은 감기. 사람들이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을 때 거치는 과정과 흡사했다.

이날 김 씨가 아롱이의 감기 진료에 부담한 금액은 혈액검사비와 치료비 각 2만 원을 합친 4만 원. 김 씨는 "생각보다 값이 비쌌다."며 다소 놀라워했다. 4만 원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감기에 걸려 병원을 찾았을 때 부담하는 돈보다도 두 배나 비싼 값이다. 사람의 경우는 보험이 안 될 경우, 진료비 1만 2천 원(초진·재진은 8천400원), 혈액검사(간기능검사) 8천 원으로 2만 원 선이다.

김기한(46) 씨는 지난여름 집 바깥으로 잠시 나갔던 애완견이 뒷다리를 절룩거리는 것을 보고 곧장 병원에 데려갔다. 병원 엑스레이 촬영 결과 뼈가 부러진 것으로 나타나 전신마취에 이어 3시간여의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은 대성공. 하지만 무려 80만 원의 수술비를 부담해야 했다. 김 씨는 "개를 자식처럼 여기는 사람들에게 돈 문제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예상보다 비싸다는 생각이 든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로 애완견 수술에 드는 비용은 비싼 편이다. 척추디스크 수술의 경우 300만 원을 넘어설 때도 있다. 애완견들이 가장 자주 걸리는 병은 '피부 질환'.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한 차례에 4만~5만 원의 치료비는 각오해야 한다.

이렇게 애완견 치료비가 비싼 이유는 개의 질병이나 사고에 대비한 보험상품이 없기 때문. 일부 병원에서는 1년 단위로 정액을 내고 할인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 일반적인 것은 아니다.

최동학 동인동물병원 원장은 "개의 치료비가 어떻게 사람보다 많으냐고 의아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살아있는 것의 소중함을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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