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이 떠난다. 짧기만 한 가을이 아쉽다. 가을의 끝자락을 잡아보기 위해 영화 '가을로'를 따라 가을여행을 떠났다.
"여행은 힘없고, 새로 시작하고 싶고, 그럴 때 멀리 떠나고 싶은 것". 영화 속 민주(김지수 분)의 말처럼 '가을로'는 여행에 관한 영화다. 현우(유지태 분)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처를 여행길에서 치유한다. 그의 여행은 대부분 7번 국도와 그 주변을 따라가는 여정이다. 영화 속 멋진 풍광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라도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7번 국도는 부산에서 강원 고성까지 동해안의 등뼈를 따라가는 513km의 도로다. 부산에서 울산, 경주를 거쳐 포항부터 본격적인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어촌마을 어디에서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병곡, 후포, 영해…. "어촌 마을이 아름다운 것은 바다를 터전으로 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어촌 마을은 언제봐도 정겹다. 해안도로를 따라 만나는 어촌마을의 이름을 나지막한 목소리로 한 번씩 불러보자. 더욱 정감있게 다가올 것이다.
요즘 동해안 어촌 마을 어디에서나 오징어 말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해안도로변, 산 위 어디에서나 오징어가 바닷바람을 맞고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곳 어촌마을 사람들은 봄에는 미역을, 가을에는 오징어를 말리고 겨울에는 대게를 팔아 생계를 잇는다고 한다. "어촌마을에 사는 것은 축복이다. 노력한 만큼 바다는 보답한다."는 한 촌부의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오징어를 말리는 촌부의 주위에는 갈매기들이 친구처럼 끼룩끼룩거리며 날아다닌다.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서인지 어촌 마을에 사는 갈매기들은 수줍다. 낯선 관광객이 던져주는 과자 부스러기에 쉽사리 현혹되지 않는다.
영덕 최남단 남정부터 최북단 병곡에 이르는 53km의 해안선에는 이국적인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해안도로가 여러 곳 마련돼 있다. 그 가운데 강구에서 축산까지의 918번 지방도는 멋진 해안선과 바다, 숲이 잘 조화를 이루는 해안도로다. 강축해안도로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영덕은 물론 전국에서도 가장 빼어난 풍치를 자랑하는 드라이브 코스다.
몇몇 구간에서는 굴곡이 심한 해안선을 따라 달리기 때문에 바다를 향해 차를 모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만큼 짜릿함을 맛 볼 수 있다. 해안도로는 약 35km에 걸쳐 이어진다. 곳곳에 야생화로 조성된 소공원이 있어 잠시 쉬어 가기 좋다. 바다 감상과 사색하기에도 그만이다.
918번 해안도로 가운데에 위치한 해맞이공원은 영덕을 대표하는 일출 포인트. 시원스럽게 펼쳐진 동해를 배경으로 한 해상 일출을 감상할 수 있고 등대, 소나무 군락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시간이 나면 공원 옆에 위치한 풍력발전소도 찾으면 좋다.
경북 북부권에 위치한 울진은 대구에서는 좀체 접근하기가 힘든 곳이다. 하지만 관광객의 발길이 뜸하다 보니 보석 같은 명소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7번 국도를 따라 계속 달리면 울진 무렵 영주에서 출발한 36번 국도와 만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불영사와 불영사계곡은 36번 국도 주변에 있다. 불영사계곡 주변도 가을 드라이브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올해 단풍은 유난히 보기 힘들다고 하지만 불영사계곡을 찾는 이들은 곳곳에서 단풍을 마주할 수 있다. 아직까지 단풍이 완전히 물들지 않았지만 기암괴석이 가득한 계곡 아래에는 붉은 단풍이 수줍게 숨어 있다. 계곡 물은 눈이 시릴 정도로 맑다. 도로변에 위치한 선유정과 불영정 두 곳의 전망대가 시원한 전망을 제공한다.
불영사 가는 길은 매우 운치가 있다. 좌우로 울창한 숲이 우거져 숲속을 걷는 즐거움이 크다. 불영사는 신라 진덕여왕 5년(651년)에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다. 불영사란 이름은 서쪽 산위에 부처 형상을 한 바위가 사찰 앞 연못에 비쳐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대웅보전, 응진전, 극락전, 관음전, 명부전 등 12개의 전각이 연못을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다.
이번 주말쯤 불영사계곡의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가을이 떠나기 전에 7번 국도를 따라 가을을 만나러 가는 건 어떨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여행자의 가슴 속엔 나무숲이 가득할 것이다.
▶교통
울진에서 불영사까지 1일 6회 시내버스가 운행된다. 약 30분 정도 소요. 자가용을 이용한다면 포항IC에서 7번 국도를 따라 영덕·울진방면으로 가다가 울진 방면 36번 국도를 따라가면 선유정, 불영정에 이어 불영사계곡과 불영사가 보인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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