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시리아 팬, 몰지각 '기싸움'

전북 숙소 앞에 진치고 경적.응원가로 숙면 방해

200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 2차전을 치르기 위해 시리아 홈스에 머물고 있는 프로축구 전북 현대가 우려했던 일이 일찌감치 벌어졌다.

상대인 알 카라마의 홈 팬들이 전북 선수단 숙소인 사피르 호텔 앞에서 선수들의 잠을 방해하고 나선 것이다.

경기는 8일 오후 7시(이하 현지시간)에 열리는데 알 카라마 열성 팬 300여명은 7일 밤 8시께부터 호텔 앞에 모여들더니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북과 나팔을 동원해 응원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러댔다.

자정까지 그칠 기색을 보이지 않은 이들의 소란은 가뜩이나 방음이 되지 않는 호텔 내부에도 뚜렷이 들렸고 전북 선수단은 밤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갑작스런 소란에 놀란 전북 관계자들은 호텔 측을 통해 현지 경찰에 해산 조치를 요청했지만 출동한 경찰도 전혀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고 "함부로 군중을 건드리면 더 큰 혼란이 빚어진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알 카라마나 AFC 관계자들도 '노력은 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세웠다.

선수들이 숙면을 취하지 못할 경우 경기력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북으로서는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 돼 버린 것이다.

알 카라마 관중들이 홈에서 열성적인 응원으로 상대팀 기를 죽인다는 소문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같은 몰지각한 '기싸움'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전북은 궁여지책으로 AFC에 항의 서한을 작성해 전달하고 소란이 지속될 경우 국제축구연맹(FIFA)에 정식으로 항의하기로 했다. 또 이날 홈스를 방문한 가삼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도 AFC 관계자를 상대로 사태 해결에 나섰다.

이철근 전북 단장은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테러나 마찬가지다. 상대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한 상태에서 경기를 하도록 배려하는게 홈 팀의 예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어 "소란이 밤새 계속될 경우 경기를 할 수 없다. AFC 측에 경기 취소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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