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유난히 막걸리를 즐기셨던 덕분에 우리 육 남매는 주전자를 들고 막걸리 심부름을 자주 다녔다. 술집 주인 아주머니는 큰항아리에 담긴 막걸리를 휘휘 저어 주전자 가득 담아 신문지를 말아 주둥이를 꼭 막아 주면서 조심해 가라는 말을 잊지 않으셨다. 호기심에 몇 모금 마셨다가 혼날까봐 물을 조금 부었던 이야기를 하며 육남매가 모인 자리엔 옛날 막걸리 심부름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술이 적당히 취해 들어오시면 한방에서 나란히 자는 우리들의 발목을 만지시며 건강하게 잘 자라주어 고맙다고 혼자 중얼거리시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55세 되던 27년 전, 먼저 하늘로 가신 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둘째딸이 맛난 안주와 막걸리를 원 없이 사드렸을 텐데…. 아버지 하늘나라에는 막걸리가 있는지요. 많이 보고싶네요.
여종희(대구시 남구 대명4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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