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의 문화는 반드시 그 지역만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이러한 특성은 기후나 지형적 조건과 같은 자연 환경적 요인에서부터 수 천 년에 걸쳐 축적된 그 지역의 정서, 그리고 유전적 기질 등과 같은 여러가지 요인들에 의해 종합적으로 결정된다.
이렇게 결정된 지역성은 그 자체로 고립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나 시대적 조류의 영향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발전해 나간다.
문인화의 경우 전통적으로 크게 영남지역과 호남지역의 화풍(畵風)으로 나눈다. 영남의 화풍은 선이 굵고 강하며 사의성(寫意性)을 중시하는 서법(書法)으로 그림을 그린다면, 호남지역의 화풍은 대체로 선이 가늘고 섬세하며 사실성(寫實性)에 근거함으로써 화법(畵法)에 가까운 그림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양자는 모두 제각기 장점이 있지만 문인화의 본질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영남화풍이 더 정통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영남의 문인화풍은 점차 사라지는 추세에 있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로 지역성이 약화된 탓도 있겠으나, 서울을 중심으로 한 중앙에서 모든 문화의 보급과 생산을 독점해 버린 영향이 무엇보다도 크다.
실제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문인화가들은 대부분 호남화풍을 배운 작가들이며, 모든 전시나 기획이 이들을 중심으로 진행됨으로써 이제는 전국이 하나의 화풍으로 획일화되어 가고 있다. 이것은 문인화의 발전이라는 큰 목적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의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 문화의 장점을 흡수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보다 앞서 우리 지역의 문화적 특성이 확고하게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철저한 자기인식이 없는 무분별한 수용은 결국 지역 문화의 상실을 초래할 것이며, 또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발전시켜 나갈 소중한 근거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대구는 예로부터 민족 문화의 중심지였다. 우리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우리의 중요한 책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작가들의 반성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단체장들이 적극적인 관심이다. 지역문화를 보존·발전시키기 위한 단체장들의 체계적인 지원과 기획이 있어야만 지역민들의 관심을 끌어 낼 수 있으며, 이것이 곧 지역문화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사공홍주(한국문인화협회 대구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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